정부·지자체 잇단 공격에 의사들이 뿔났다

조선일보
입력 2020.03.23 03:30

[코로나 팬데믹]
정부 "요양병원 손배 청구"… 경기도 "분당제생병원 형사고발"… 질본 "영남대 검사에 오류"

- 최대집 의사협회장
"방역에 실패한 정부가 의료기관 공격하는건 패륜… 코로나 진료 철수할 수도"
- 이성구 대구의사회 회장
"영남대병원 폐쇄에 자괴감… 공무원 월권이자 의료 이해 부족… 사과하지 않으면 좌시 않겠다"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관리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어긴 요양병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경기도는 코로나 감염자의 접촉자 명단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분당제생병원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하자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의 17세 고3 학생의 코로나 검사 결과를 두고,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가 영남대병원의 검사 오류를 지적한 데 대해서도 대구의사회 등은 사과를 요구했다. 코로나 방역 최일선에서 의료진과 병원이 뛰고 있는데, 정부가 의료계에 방역 실패 책임을 떠넘기고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지자체의 의료계 공격에 반발

22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방역에 실패한 정부가 코로나 사태 가장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 기관에 형사 고발과 손해배상 등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민간 의료기관은 코로나 관련 진료에서 손을 떼고 국공립 병원과 보건소가 담당하는 방안과 코로나 방역을 위해 자원봉사에 나선 의사들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23일 회의를 열고 이 내용을 담은 의협 명의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에 앞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의료계 공격에 대해 "패륜(悖倫)적 행각"이라며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22일 신천지의 위장 교회로 확인된 대구시 달서구 한 상가 건물의 5층 사무실 신발장에 실내화가 들어차 있다.
신천지 위장 교회에 실내화 가득 - 22일 신천지의 위장 교회로 확인된 대구시 달서구 한 상가 건물의 5층 사무실 신발장에 실내화가 들어차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20일 ▲외부인 출입 제한 ▲간병인 등 종사자에 대한 발열 등 증상 여부 확인과 기록 ▲종사자 마스크 착용 등을 골자로 한 요양병원 관리감독 강화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위반해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기로 했다.

같은 날 경기도는 "분당제생병원이 코로나 집단 감염 확산을 두고 확진자 접촉 명단을 고의 누락해 혼선과 피해를 유발했다"며 병원 측을 고발하기로 했다. 분당제생병원에선 지난 5일 첫 확진자가 나온 후 이영상 병원장을 비롯해 의사, 간호사, 환자, 보호자 등 확진자 42명이 나왔다. 조사 과정에서 이 원장을 포함해 접촉자 144명이 누락돼 병원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형사 고발은 과하다는 게 의료계 분위기다. 최 회장은 "정부의 총체적 방역 실패와 긴급한 대응 전략 부실, 대응 시스템 미비 등의 문제를 의사와 의료진, 의료 기관에 책임을 전가하여 형사 고발까지 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행정, 정치"라며 "이는 분명 패륜이다"라고 비판했다.

◇"방역 실패 책임 의료진에게 돌리나"

대구 17세 고교생 사망과 관련해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영남대병원의 코로나 검사 오류 가능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대구시의사회는 "사과하지 않으면 소속 회원 5700여명 모두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 회장은 22일 본지 통화에서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고생하는 영남대 의료진은 심각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며 "사과 등 정부 조치를 보고 추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9일 대구에서 사망한 17세 고교생을 음성으로 최종 판정하면서 영남대병원 실험실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검사를 잠정 중단시켰다. 그러나 21일 "영남대병원 검사 신뢰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검사 재개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대구시의사회는 앞서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임상 전문가 영역에서 논의해야 할 검체 결과와 관련한 사항을 호도해 영남대병원 진단 검사 오류란 문제로 비화시켰다"며 "검체 검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오류를 국민은 잘 이해하기 어려운데 현실을 무시한 채 대학병원 잘못으로 사태를 몰아갔다"고 했다. 경상북도의사회도 20일 "질병관리본부가 영남대병원의 단순 검사 오류로 단정하고 부검을 통한 정확한 진단도 하지 않은 채 황급히 마무리하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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