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객과 치매 노인에게도 뚫린 부대, '군대'라 하지 말라

조선일보
입력 2020.03.18 05:43

최근 우리 군(軍)에서 희극 같은 '경계 실패'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6일 수도 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 진지에 50대 남성이 침입해 1시간 동안 활보했다. 만취한 채 산나물을 캐려고 울타리 아래 땅을 파고 들어갔다고 한다. 지난 1월엔 진해 해군기지 정문을 치매 증세가 있는 70대 노인이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해 1시간 넘게 돌아다녔다. 검문병이 셋이나 있었는데도 전화하고 차량 검사 하느라 놓쳤다고 한다. 거동 수상자가 땅을 파도, 정문으로 걸어 들어가도 모르는 군대가 됐다. 취객과 치매 노인이 아니라 적군(敵軍)이었으면 몰살 위기를 맞았을 것이다.

군 기지가 민간인에게 뚫린 사건이 올해 드러난 것만 세 차례다. 지난 7일엔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을 끊고 들어가 시위를 벌였다. 2시간이나 기지를 휘저으며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기지가 시위대 놀이터가 됐는데도 5분 대기 조는 2시간 만에 출동했다. 진해 기지는 경계 실패를 아예 보고하지도 않았다. 작년 평택 기지에선 거동 수상자가 달아나자 가짜 범인을 만들어 사건을 은폐·조작한 일까지 있었다. 그 거동 수상자는 음료수를 사려고 근무지를 무단 이탈한 초병이었다. 이를 군대라고 부르면 세계의 진짜 군대에 대한 모욕이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17일 긴급 지휘관 회의를 열어 경계 실패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반성한다"며 "특단 대책"을 강조했다. 지난해 북한 목선의 삼척항 '노크 귀순' 때도 했던 말이다. 지금 이 말을 신뢰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 군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하는 군대다. 적의 눈치를 보는 세계 유일 군대이기도 하다. 북이 우리를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쏴도 '불상'이라고 얼버무린다. 앞으로 '경계 실패'보다 더한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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