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성모병원 이어 분당제생병원도 진료 전면 중단
"몇주 걸려 예약한 검진 취소"… 일반 환자도 피해 속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 은평성모병원에 이어 경기도 분당제생병원에서도 병원 내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전파가 발생한 대형병원이 잇달아 폐쇄되면서 지역 의료시스템 전반에 마비를 초래하는 등 2차적인 피해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은 직원 5명, 환자 3명 등 우한 코로나 확진자 8명이 발생한 6일 병원 전면 폐쇄에 들어갔다. 경기도 관계자는 "내원했던 확진자에게서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외래진료를 중단하는 등 전면 폐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의료진 등 병원 직원 전체의 검체 채취를 진행했고, 현재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내 집단감염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의 신생아 사망 사태 이후 공포의 대상이 됐다.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전국 193개 병원의 중환자실을 조사한 결과, 3989건의 감염 사례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 1000일당 감염 건수는 2.87건이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전염병의 잠복기만큼 병원을 폐쇄하는 지침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지침으로 폐쇄되는 병원이 점점 늘어날 경우 지역사회의 의료시스템 전반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에 집단감염이 발생한 분당제생병원은 지역 거점 병원중 하나다. 분당구 최대의 번화가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서현역 인근에 위치했다. 응급의료센터는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과 함께 경기도 동남권을 아우르는 지역응급의료센터 중 하나다.
대형 병원이 갑작스럽게 폐쇄되면서 일부 주민들은 벌써부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외의 질병이나 다른 중증 환자들에 대한 진료마저 중단되면서 2차적인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병원을 찾은 주민 A씨는 "몇주를 기다려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예약했는데 갑작스럽게 취소됐다"며 "아픈 상태에서 다른 병원 예약을 해야하는데 이마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분당제생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병원 전체에 대한 소독 작업과 병원 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다시 개원을 할 수 있을 지는 병원 측도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방역과 병원 직원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이후 재개원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며칠이 걸릴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코로나19 확진자 14명이 나온 서울 은평구 은평성모병원 역시 재개원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은평성모병원 측은 "집단감염 발생 후 병원 전체를 소독하고 병원 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진행해 전원 음성판정을 받았다"며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환자를 돌볼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자가격리 기간을 채워 감염 위험이 없어져야 한다"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이 재개원하려면 서울시로부터 병원 폐쇄명령을 종료하는 또 다른 행정명령이 내려져야한다.
지난달초 광주21세기병원에서 확진자 엄마가 입원 딸을 전염시키며 국내 첫 코로나19 병원내 감염 사례를 만들어내면서 병원내 감염으로 전염병이 확산된 ‘제2의 메르스'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졌었다.
이후 청도대남병원에서는 환자와 직원 등 총 11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였다. 사망자도 7명이나 나왔다. 사망자를 제외한 확진자 가운데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103명 중 2명을 제외한 101명이 감염됐다.
경북 봉화군 노인의료복지시설인 푸른요양원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방역 당국을 긴장시켰다. 봉화군은 5일 푸른요양원 입소자와 종사자 112명의 검체 검사를 의뢰한 결과 34명이 확진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4시간여 만인 오후 7시 50분쯤 입소자 11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고 오후 9시 10분쯤 2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가 의료진 감염을 비롯한 병원내 감염을 통해 확산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발원지인 중국에서 일찌감치 부각돼왔다.
지난 3일 코로나19를 초기에 경고한 의사 리원량의 동료 의사인 메이중밍 우한중심병원 안과 부주임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고, 앞서 지난달엔 우한에 있는 코로나19 거점병원인 우창병원의 류즈밍 원장이 감염돼 숨지는 등 의료진의 감염과 사망이 잇따랐다. 중국 전역에서 지금까지 의사와 간호사 1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으며, 감염된 의료진은 3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이안 립킨 교수는 "의료진은 코로나19 환자와 긴밀하게 접촉하는 데다 장시간 근무와 피로 누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호 장비를 착용하더라도 감염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