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파문 도밍고 '등떠밀린 사과'...6억원 '입막음용 기부' 시도도

입력 2020.02.27 10:59 | 수정 2020.02.27 11:15

20년 동안 동료 성악가 등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미투’ 논란에 휩싸인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피해 여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올렸다고 27일(현지 시각) AP 통신이 보도했다.

‌플라시도 도밍고의 사진.  /조선일보 DB
‌플라시도 도밍고의 사진. /조선일보 DB
도밍고가 오페라계에서 지위를 이용해 그동안 여성 오페라 가수들과 무용수 등을 상대로 성희롱 등을 해왔다는 의혹은 지난 여름부터 제기됐다.

피해 여성 27명은 모두 과거 도밍고로부터 성희롱을 당했으며 도밍고의 부적절한 행동은 오페라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도밍고가 LA오페라단과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단 감독으로 있던 1980년대부터이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플라시도 도밍고는 3대 테너로 불릴 정도로 오페라계의 권위 있는 성악가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아스투리아스 공상 예술 부문을 탔으며 그래미 어워즈 오페라 부문에서 9번 수상했다.

그러나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 계속되자 도밍고는 LA오페라단 총감독직을 사임, 몸담았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지휘자 자리에서도 사실상 쫓겨나게 된다. 미국 오페라계에서 활동을 더 못하게 되었지만, 유럽 오페라계에서 그의 업적을 높이 사 사법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밍고를 계속 무대에 서게 해 논란이 된 적 있다.

도밍고는 미투 의혹을 부인하면서 "관계는 합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명, 의혹이 제기된 후에도 피해 여성들의 증언에 "일관성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25일 도밍고의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던 미국 음악인 조합(AGMA)에서 도밍고의 혐의를 공식 인정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AGMA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도밍고가 지난 20년간 오페라 극장 안팎에서 여성 공연자를 향해 은근한 추근거림부터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도밍고는 AGMA 발표 직후 성명문을 통해 "지난 몇 달간 여러 동기들이 나에게 제기한 혐의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나는 이제서야 (피해) 여성들이 마침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존중하고, 내가 주었을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발표했다. 또 그는 "내 행동에 대해 모든 책임을 받아 들이겠다"라고 덧붙였다.

도밍고 미투 의혹에 목소리를 낸 오페라계 여성들은 그의 사과문을 읽고 "골리앗을 이긴 것과 같았다"라고 말했다.

소프라노 가수 루즈 델 알바 루비오(Luz del Alba Rubio)는 "우리가 더이상 목소리를 내는 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그가 혐의를 계속해서 부인한 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루비오는 "그는 이전까지 혐의를 부인했고, 피해자인 척 했다. 이제 그는 구원을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의 사과가 진실된 것이라면 얼굴을 맞대고 우리에게 사과해야 한다. 피해 여성들은 20년간 고통 속에 살아와야 했다"고 그를 비판했다.

루비오는 1999년 도밍고가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 예술 감독으로 일할 시절, 루비오에게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에서 자리를 주겠다는 빌미로 본인을 성추행했다고 입장을 밝힌 적 있다.

한편, 사과문을 올리기 전날 도밍고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 음악인 조합(AGMA)가 조사 결과를 밝히지 않게 하기 위한 ‘입막음’용으로 50만달러(약 6억원)를 기부하려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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