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문 다 열어놓고 집안에서 모기 잡는 시늉 한 방역 대책

조선일보
입력 2020.02.21 03:26

우한 코로나 사태가 급변하고 있다. 국내 발병 한 달 만에 첫 사망자가 나오고 감염 환자는 100명을 넘었다. 최근 한 달간 하루 한 명꼴이던 신규 환자는 이틀 새 70명 넘게 발생했다. 중국은 지난달 18일 62명이던 환자가 이틀에 두 배씩 늘면서 보름도 안 돼 1만명을 넘었다. 우리가 '설마'라고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계속 나온다. 31번 환자와 같은 교회에서 예배 본 1000명 가운데 90명에게서 이미 감염 증상이 나타났다. 이 90명이 또 다른 장소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면 감염자는 기하급수로 늘게 된다.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청도 정신병원에선 집단 감염 우려로 100명 넘는 환자·의료진이 격리돼 있다. 이 병원에서 앞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앙임상위원회는 어제 '학술적 추정'이라며 우한 코로나로 국민 40%가 감염돼 2만명이 숨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09년 70만명이 감염돼 230여명이 숨진 신종플루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종플루 때는 그나마 치료제라도 있어 국민 불안을 덜었다. 우한 코로나는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흘려들을 추정만은 아니다.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가 바로 정부다.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가 수차례 중국 감염원 유입 차단을 권고하고, 70만명 넘는 국민이 청와대 청원을 해도 매일 수천~2만명씩 들어오는 중국인 입국을 방치했다. 급기야 방역 실무 책임자 입에서 '방역 시늉'을 했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9일 "방역 입장에서는 고위험군이 덜 들어오는 (중국 방문객) 입국 금지가 당연히 좋다. 그런데 다른 부분을 고려해서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했다"고 했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집 안에서 모기를 잡는 시늉을 했다는 것이다. 그 '다른 부분'이 뭔지 아무도 설명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총선 때 무슨 '중국 쇼'를 하려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우한 코로나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공기 중 전파도 가능하다고 한다. 과거 사스·메르스보다 위험 요소가 더 크다. 그런데 정부 대응을 보면 비상 상황이 맞나 싶을 정도다. 정세균 총리는 20일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한 코로나와 관련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날은 밤새 3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우려까지 나온 날이다. 이날 오후 다시 수십 명 추가 환자가 발생하자 그제야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정부가 근본 대책을 끝내 포기한다면 국민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독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고 병원·보건소부터 찾으면 진짜 감염자와 접촉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하루 이틀 집에서 지켜본 뒤 선별진료소로 가야 한다. 당분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고 마스크 착용, 철저한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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