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0번 확진자'가 된 할머니 인터뷰 전말

입력 2020.02.18 03:10

표태준 사회부 기자
표태준 사회부 기자
17일 기자는 보건 당국의 지시가 있기 전 스스로 자가(自家)격리 생활에 들어갔다. 전날 오후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인물이 이날 새벽 우한 코로나 30번 환자로 확진 판정이 났기 때문이다. 전날인 16일 기자는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29번 확진자 발생' 발표 직후, 그의 거주지 주변 현장 취재에 나섰다. 환자의 거주지 부근과 동선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상가나 어린이집 등 주변인들의 반응 취재가 주 목적이었다.

질본이 29번 환자 거주지와 관련해 공개한 정보는 '서울 종로구 숭인동'이 전부였다. 기자는 그 지역으로 이동해 주변 상인들과 주택가 주민들을 취재했다. 그러던 중 어느 1층 단독주택 근처에 동네 주민들이 모여 있는 걸 발견했다. 방역 차량도 근처에 있었다.

집 앞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 있는 한 할머니에게 "여기 지금 무슨 일 있어요"라고 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우리 남편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라서 소독을 하는 거요"였다. 기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 뒤 6~7분간 그 할머니와 대화했다. 남편인 29번 확진자가 평소 즐겨 찾던 장소, 하던 일 등을 취재했다. 3~4분간 대화 이후 그 할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가, 대문을 사이에 두고 2~3분간 더 대화가 진행됐다. 우연하게 마주치게 된 취재원이지만 가장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작은 팩트라도 더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당시 취재한 할머니의 남편인 29번 환자의 동선은 기사에 반영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예상치 않게 그 할머니가 30번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후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연락해 30번 환자와 접촉한 사실을 알렸다. 보건소에서 "3월 1일까지 자가격리 하라"는 안내를 받고, 이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이 글의 작성과 송고는 모두 자택에서 이뤄졌다.

자택 격리 중 온라인에서 예상치 않은 보도를 접했다. '기자가 29번 환자 자택을 찾아가는 무리한 취재를 했다' '보도 준칙을 어겼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번 우한 코로나 사태를 취재해본 기자라면 모두 알겠지만, 기자가 환자 자택을 찾아가기란 어렵다. 보건 당국이 환자 자택 주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가 나중에 30번 환자로 판정된 할머니를 접촉한 것은 우연이었다. 그런 뒤 평소처럼 팩트 확인 취재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기자에게 단 한 건의 확인 전화도 없이 '취재 경쟁'을 벌였느니, '환자 자택을 직접 찾아갔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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