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단독 인터뷰] '봉준호의 입' 샤론 최 "너무 주목받아 겁나요"

입력 2020.02.14 03:00 | 수정 2020.02.14 14:54

[봉준호 신드롬] LA서 만난 샤론 최

할리우드도 주목한 봉준호 통역사
용인외고 나와 USC서 영화 전공, 초등학교 때 2년을 LA 근교서 살아
"美 친구들과 놀면서 영어 확 늘어… 재미교포요? 한국에서 살아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극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을 향해 박수 치고 있는 샤론 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극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을 향해 박수 치고 있는 샤론 최. /AFP 연합뉴스
12일 오후 6시(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해변 도시 샌타모니카에 있는 한 커피숍에 무심코 들어섰다 반가운 인물을 만났다. 요즘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샤론 최(27·본명 최성재)씨.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영어 통역을 훌륭하게 해내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이다.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전 세계가 지켜보는 무대에서 위트 넘치는 봉 감독의 한국말을 뉘앙스와 토씨까지 생생히 살려 전달했다. 그의 통역 장면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은 조회수 100만회를 훌쩍 넘겼을 정도로 인기. 봉준호 감독이 "그녀는 완벽했고, 우리는 모두 그녀에게 의존한다"고 칭찬했다. 뉴욕타임스는 샤론 최의 기사를 따로 썼고, 영화 전문 웹사이트 인디와이어도 "샤론 최는 오스카 시즌의 MVP"라고 쓴 바 있다.

국내외 매체의 인터뷰 요청이 빗발쳤지만 샤론 최는 응하지 않았다. "나는 통역일 뿐이고 앞으로 나설 위치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껴왔다. 그런 샤론 최와 짧지만 유쾌한 얘기를 나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안경을 쓰고 편안한 옷차림을 했다. 모든 일정을 끝내 홀가분해 보이는 그는 곧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인기가 대단하다.

"(수줍어하며) 들었다. 그래서 그동안 피해 다니고 있었는데…(웃음)."

―영어를 어떻게 그리 잘하나?

"초등학교 때 2년 정도 LA 근교에 살았다. 비자 문제가 있어서 1년 정도 학교를 못 다녔는데, 대신 미국 친구들과 엄청 많이 놀았다. 그때 영어가 확 늘었던 것 같다."

1993년생인 샤론 최는 미국 USC(남가주대)에서 영화예술 미디어학을 전공한 뒤 시나리오를 쓰며 영화 작업을 하는 감독 지망생이다. 그가 용인외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했다는 것, 그가 잠시 대치동 한 영어학원을 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영어학원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 샤론 최와 셀카를 찍었다(왼쪽). 샤론 최 스토리를 보도한 NYT 기사(오른쪽).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 샤론 최와 셀카를 찍었다(왼쪽). 샤론 최 스토리를 보도한 NYT 기사(오른쪽). /이혜운 기자·뉴욕타임스
영화 행사에서 통역하게 된 건 2018년 이창동 감독을 만나면서다. 이 감독이 당시 영화 '버닝'의 북미 개봉에 맞춰 현지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가질 때 행사 주최자가 평소 알고 지냈던 샤론 최에게 "용돈 벌 생각 없느냐"면서 연락해왔다. 6개월 전에는 봉준호 감독과도 연결해줬다. 샤론 최는 "용돈 벌려고 시작한 일인데 인연이 여기까지 왔다. 이창동 감독님에 이어 봉준호 감독님의 통역을 맡게 돼 영광이었다"고 했다.

―상 받고 봉준호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난처해하며) 감독님이 지금 잠수를 타셔서…(웃음)."

―그동안 정신이 없었겠다.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주목받을지 몰랐다. 조만간 한국에 가려고 한다."

―한국엔 왜?

"나 한국 사람이다. 한국이 집이고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한국에서 나왔고 지금도 한국에서 일한다."

화제를 모은 샤론 최의 통역 정리 표
샤론 최가 영화감독 지망생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할리우드에선 러브콜까지 나오는 상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라스트 크리스마스' 등에 출연한 배우 헨리 골딩은 트위터를 통해 "올여름 시간이 빈다"면서 샤론 최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영화 '낸시'를 제작한 미넷 루이도 "(샤론 최 작품의) 제작을 맡고 싶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 감독 역시 "최씨가 현재 장편 영화 각본을 쓰며 준비 중이다. 나도 그가 쓴 각본의 내용이 궁금하다"고 했다. 샤론 최는 "봉 감독님이 언론에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나는 보여드릴 것이 없다. 민망하다. 좀 더 준비해서 보여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피하는 이유는 뭔가.

"엄청 부끄럼이 많다. 나서는 것도 싫어하고 무대공포증도 있다. '기생충'을 위해 무대에 올라가는 데는 정말 큰 의지가 필요했다. 너무 주목받게 돼 겁도 난다. 기사 나오면 또 다른 분들이 연락해올까 그것도 무섭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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