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대표의 비례대표 20% 전략공천권'을 규정한 민주당 당규가 새 공직선거법에 위배되느냐"며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민주당은 작년 말 범여 군소정당과 함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그런데 이후 당내에서 '새 선거법대로라면 비례대표를 전략공천 하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정 선거법엔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의 투표 절차에 따라 비례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 통과 시 이 부분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다가 법 통과 한 달여 만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선관위에 '20%만 전략공천 하는 것도 안 되느냐?'고 물어본 것이다. 선관위는 지난 6일 "'전략공천'은 법률 위반"이라는 원칙을 발표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문의한 '전부가 아닌 20%만 전략공천하는 건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당규에는 '당대표는 비례대표 후보자 중 당선 안정권의 100분의 20 이내에서,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후보자(순위 포함)를 선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민주당 비례 당선 안정권이 1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8명은 당내 선거 등 법에 규정된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만 나머지 2명은 이해찬 당대표가 전체적인 선거 전략 등을 고려해 마음대로 공천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개정선거법을 원칙대로 해석할 경우 이는 불가능하다. '투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도 지난 6일 "당대표나 최고위원회의 등이 선거 전략만으로 비례 후보자 및 순위를 결정, 추천하는 소위 '전략공천'은 법률 위반"이라고 발표했다. 민주당이 당규를 고쳐 '당대표의 비례 20% 전략공천권' 부분을 삭제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예상했던 상황은 아니었다.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당장 총선 출마를 권유하면서 영입한 인재 20명을 어디에 배치하느냐가 문제가 됐다. 지역구 출마가 어려운 사람에게도 비례대표 당선을 보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선관위가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과 관련해 보완 입법을 촉구했을 때에도 민주당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며 "얼마나 급하게, 복잡하게 선거법을 만들었으면 자꾸 이런 문제가 터져나오겠느냐"고 했다.

선관위는 민주당의 문의에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민주당 유권해석 요청은 소관 부서가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선관위의 답변이 지연되자 민주당 내에선 "전략공천이 가능하도록 해주려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 6일 선관위 전체회의에서 복수의 선관위원은 "전략공천은 안 된다는 게 법의 취지이기 때문에 10%가 됐든 20%가 됐든 불가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선관위가 노골적으로 현 여권 편을 들고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미래한국당 비례 공천을 막기 위해 대대적으로 '전략공천은 불법'이라고 발표하더니, 민주당의 '일부 전략공천' 문의에는 침묵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여당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내린다면 명백한 '정치편향'"이라고 했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당 회의에서 "선관위가 일련의 결정을 통해 특정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은 심각한 불공정 행위"라며 "선관위부터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했다. 선관위는 안철수 전 의원이 추진하는 '안철수신당'의 명칭 사용 가능 여부는 단 3일 만에 '안 된다'고 했었다. 선관위는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자 11일 안내문을 내고 "특정 정당에 유불리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위 '전략공천'은 선거법 규정과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