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올인' 현대차는 올스톱, 다변화 도요타는 정상 가동

조선일보
입력 2020.02.08 03:22

우한 폐렴 때문에 중국산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10일 국내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전자 장치를 연결하는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부품 공급이 끊어져 재고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공급망이 있어 사정이 낫다던 르노삼성도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가 공장 문을 닫으면 8000여 협력업체도 일파만파로 타격을 입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산 부품 하나 때문에 자동차 산업 전체가 마비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한국과 대조적으로 일본 도요타차는 정상 가동하고 있다. 일부 중국산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긴 했지만 동남아와 일본 내 협력업체에서 대체 조달하면서 큰 차질 없이 공장을 돌리고 있다. 다른 일본 업체들 역시 중국에 대거 진출해 있어 피해가 예상되지만 한국만큼은 아니다. 동남아 등지로 부품 공급처를 다변화한 덕분이다. 특히 2010년 센카쿠 열도 영유권 충돌로 중국이 무역 보복을 가해오자 중국 이외 지역에 생산 기지를 추가 건설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으로 중국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한국은 2000년대 초 마늘 분쟁이나 2017년 사드 보복 등을 겪고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는커녕 계속 높여왔다. 리스크 대비 없이 '중국 올인'으로 치닫다 우한 폐렴 사태로 톡톡히 비용을 치르고 있다. 자동차뿐 아니라 산업 대부분과 경제 전체가 중국 의존도를 과도하게 높였다. 한국 교역의 4분의 1이 중국 한 나라와 이뤄진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액수의 64%가 소재·부품이어서 중국 내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한국 공장이 일손을 놓아야 하는 지경이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진다.

중국에서 우한 폐렴과 같은 전염병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 외교 문제를 놓고 경제로 보복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나라다. 보복 방식도 거칠고 폭력적이다. 이런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 정도는 이제 우리 주권과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준에 와 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춰가는 것은 절박한 국가적 과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