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파리 데뷔쇼에, 패션계 어벤저스가 모였다

조선일보
입력 2020.02.07 03:01

남성패션위크서 호평받은 '웰던', 지드래곤 누나 권다미가 총괄기획
'서울 거리' 감성으로 젊은층 저격

샤넬·디올 패션쇼 연출가부터 한국 톱모델 수민도 무대 참여
헤일리 비버 등 스타들이 열광

"진정 웰던의 첫 쇼가 맞습니까?"

지난달 19일(현지 시각) 파리 남성 패션위크 무대에 오른 국내 브랜드 '웰던'(We11done)의 쇼가 끝난 뒤 현지 언론과 바이어의 질문이 쏟아졌다. 넉넉한 재킷과 비건(vegan) 가죽으로 형태를 잡거나, '웰던' 상표가 양각으로 새겨진 풍성한 치마와 블라우스 등 완성도 높은 재단은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쇼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도 눈길을 끌었다. 갓 데뷔한 '신인'을 위해 모인 이들이 '어벤저스'급. 전체 연출은 세계 3대 쇼 프로덕션 중 하나로 디올옴므, 지방시, 랑방의 쇼를 연출한 '아이사이트'가 맡았다. 모델 섭외는 보테가 베네타, 미우미우 등을 담당한 애니타 비턴과 핀리 매컬리. 사운드는 샤넬 쇼를 30년간 연출한 미셸 고베르 등이 맡았다. 패셔니스타로 각광받는 가수 지드래곤(권지용)도 이날 쇼를 관람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누나인 권다미가 웰던의 공동대표 디자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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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권다미(맨 왼쪽), 경영 총괄 김상모, 역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대표인 정혜진씨가 서울 청담동 레어마켓에서 모였다. 바이어·디자이너·기획·해외 시장조사 등을 한 번에 해내며 영화 한 편 볼 시간도 없이 몇 달을 밤샘 작업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돈을 다발로 싸들고 간다 해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 업계 거장들이 저희 제안에 흔쾌히 참여해주셨어요. 쇼 끝나고 할리우드 스타인 설리나 고메즈, 헤일리 비버, 힙합 그룹인 미고스 등 톱스타로부터 각종 협찬과 구매 요청이 쏟아지더라고요. 아시아라고 무시당하고, '돈줄'이 될 대형 그룹이 뒤에 없다며 오래 못 갈 거란 취급받았던 시절들이 갑자기 생각나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지요."

2015년 서울에서 '웰던'을 선보인 권다미·정혜진 대표와 김상모 이사는 "우리가 과거 입었던 옷, 우리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했는지 재해석했더니 더 신선하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고 했다. 뉴욕 등에서 패션 바이어로 일했던 정혜진과 의류를 만들었던 권다미는 1983년생 동갑내기로 20년 친구. 경영을 담당하는 김상모는 정혜진과 부부다. 'we11'에서 영어 대신 숫자 '11'을 쓴 건 당시 직원 수를 뜻한다. 지금은 40명이 넘는다. 2017년부터 파리 등 현지 쇼룸을 운영하며 웰던을 소개했고, 현재 전 세계 120개 유명 매장에 입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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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던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웰던 패션쇼 '1열'에 모습을 드러낸 지드래곤(맨 왼쪽). 톱 모델 수민(왼쪽에서 둘째)을 비롯해 35명 모델이 무대를 빛냈다.
보그나 WWD·하이스노바이어티 등 그간 웰던에 찬사를 보낸 패션 전문 매체는 '웰던=서울'로 표현한다. 거리의 감성을 지니면서 동시대 젊은이들이 입고 싶어 하는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것. 같은 후드 티에도 구멍을 내거나, 오프숄더 셔츠에 가죽을 덧씌우거나, 비대칭 어깨라인을 섞는 등 작은 디테일로 차별을 줬다. 원단 역시 업계에서 최고로 꼽히는 곳을 찾아가 설득해 받아냈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 최고의 울체크 원단 회사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문 앤드 선스. 작은 물량은 받지 않는다고 매몰차게 거절했던 그들이 웰던의 체크 셔츠로 '대박'이 나자 이제는 "1m라도 웰던 의상이면 무조건 공급하겠다"며 제안해온다.

10년 넘게 바이어 생활을 하고 2014년 서울 청담동에 편집숍인 '레어마켓'을 열면서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노하우도 강점이다. 패션 전문지 하이퍼배는 데이터베이스로 중무장한 이들을 'K패션의 미래'라고 꼽았다. 일방으로 옷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취향을 최대한 연구해 기성복이지만 맞춤형으로 해외에 보낸다. "해외 브랜드의 실수 연구를 많이 하지요. 유럽과 미국은 '누가 입었다'고 해서 절대 구매하지 않아요. 자신에게 가장 편한 옷을 원하기 때문에 한번 '꽂히면' 그 브랜드 생명이 오래가죠."

권다미·정혜진은 2017년 패션업계 바이블인 BOF가 선정한 '세계 패션계 영향력 500'에 꼽히기도 했다. "이젠 옷만 만들어서는 통하지 않아요. 힙합 문화를 일으킨 루이비통의 버질 아블로도 전형적인 패션 전공 디자이너 출신은 아니잖아요. 패션계도 탈디자이너 시대! 문화를 함께 팔아야 하지요. 저희가 즐기고 보여주고 싶은 공간,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녹여 'welldone(잘했다)'에서 'Done Better(더 잘하는)'란 말이 나올 수 있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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