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된 국내 환자들이 제 발로 병원을 찾아갔다가 '검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 조기 격리 및 확진에 실패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5일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 19명 중 4번·12번·16번·17번 확진자가 증세가 있어 병원을 찾았으나 의심 환자 기준에 맞지 않아 우한 폐렴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4일 확진된 16번 환자는 병원에서 우한 폐렴이 의심돼 보건 당국에 유전자 검사를 요청했지만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그는 폐렴 증세가 악화되기까지 8일 동안 광주 21세기 병원에 있으면서 의료진과 환자 272명과 접촉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대응 지침에 따르면 감염이 의심돼 격리된 상태로 우한 폐렴 감염 조사를 받으려면 14일 이내에 중국에 다녀왔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뒤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밖에서도 감염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는데 일단 '중국 다녀오셨어요?'라고 기계적으로 지침을 적용한 것이 문제였다"고 했다.
질본은 이날 국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956명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65% (620명)가 4번·12번·16번 환자의 접촉자였다.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다' '근육통은 우한 폐렴 증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이들은 증세가 나타난 이후로도 일상생활을 했다. 이들은 증상이 심해지거나 일본·싱가포르 등에서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뒤늦게 확진됐다. 이들이 그 과정에서 일반 병원 외래 진료를 다니면서 병원 내 우한 폐렴 전파 위험도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정부는 과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선제적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지만 의심 환자를 분류하는 정부 지침은 아직 그대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5일 "7일부터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우한 폐렴 검사를 진행하도록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