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에 특별연장근로 허용하자 노동계 "근로시간 왜 늘리나" 행정소송

입력 2020.02.03 13:44

고용부,‘우한 폐렴’ 마스크 제작 업체에 특별연장근로 허용
노동계 "긴급상황 핑계로 근로시간 단축 역행"…행정소송 예고
고용부 "억측 터무니 없어… 입장 미루고 힘 모아야"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전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고용노동부가 보건 마스크 제작업체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되면 기존 주 52시간에 최대 12시간의 초과연장근로를 인정받아 주 64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

그러자 노동계가 "긴급 상황을 핑계로 근로시간 단축에 역행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로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시민들이 크게 증가한 2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마스크 제조업체인 '㈜와이에스토박이'에서 관계자들이 출하 예정인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로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시민들이 크게 증가한 2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마스크 제조업체인 '㈜와이에스토박이'에서 관계자들이 출하 예정인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연합뉴스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재난·재해나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해왔던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 시행했다. 확대 사유에는 ‘인명보호·안전조치·돌발상황에 대한 긴급 조치·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고용부 장관이 인정하는 연구개발’ 등이 포함됐다.

같은 날 고용부는 마스크 제조업체 A사에 대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인가 사유 확대 이후 첫 사례다.

고용부는 "이번 인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와 전국 검역소의 대응 요원, 중앙의료원 등 병원 직원 등에게 지급하는 마스크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라며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업무에 장비 등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명 보호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대상 근로자 139명에 대해 4주간 최초 2주는 16시간, 이후 2주는 12시간 연장근로가 허용됐다.

정부는 최근 폭등하는 마스크 가격과 재고 부족에 대비해 마스크 제작 공장을 24시간 가동해 하루 1000만개 이상 생산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의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위생 마스크·소독약품 생산업체에 대해 주문량 폭증에 따른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있을 경우 적극 검토하고 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관련 업계가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에서 후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우한 폐렴’이라는 긴급상황을 이용해 고용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고용부는 재벌 대기업 등 사용자들의 요구대로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되던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경영상 사유’ 등 ‘통상적인 경우’로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며 "고용부의 행정해석으로 ‘월화수목금금금’하던 주 68시간 연장근로 가능한 시절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사용자를 위한 일방적인 특별연장근로 확대 시행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과 노동자에 대한 인력충원 지원, 생산공정 혁신 등을 지원하고 원·하청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는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총 역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는 ‘자연재해,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을 위한 경우’로 한정돼 변함없이 운영되어 왔다"며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추진·정착시켜야 할 정부가 재난·재해 시 한정적으로 활용하는 ‘특별연장 인가제도’를 확대 시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양대노총은 행정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날 낮 12시부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정책·법률 담당자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회의를 통해)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취소 소송·집행정지 청구 등 공동 대응 투쟁 방안을 논의하고, 기자회견 일정 등을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노총은 법률 대응을 위해 ‘대국민 소송인단’을 공개모집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법률 대응을 포함해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남용하는 기업에 대한 ‘불법 연장노동 고발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특별감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가 긴급상황을 이용해 사용자 요구를 관철했다는 건 터무니 없는 억측"이라며 "노동계가 현 상황이 해결될 때만이라도 입장 정리를 미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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