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 美北 상황에서 관광객은 언제든 인질 될 수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20.01.20 03:18

미·북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동태평양에 주둔하던 루스벨트호 항모 전단을 17일 서태평양으로 이동시켰다. 일본에 있는 항모 레이건호와 함께 한반도 인근 해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중국 견제뿐 아니라 "충격적 행동"을 위협하는 북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에 미 항모가 2대 이상 집결하는 것은 북의 잇단 핵·ICBM 도발로 '전쟁'이 거론되던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주일 미군 기지에는 세계 유일의 핵 탐지 특수정찰기도 배치됐다. 주일 미군 사령관은 19일 인터뷰에서 "2017년 위기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동시에 북이 외무상을 리용호에서 리선권으로 교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외교관 출신 리용호는 대미 핵 협상 전문가였지만 리선권은 우리 대기업 총수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막말했던 군 출신이다. 김정은이 미국과 협상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 최근 북은 "제재와 핵시설을 바꾸는 협상은 다시는 안 한다"고 했다. 핵·미사일을 움켜쥐고 끝까지 제 갈 길 가겠다는 것이다.

북은 '인질'을 대외 협상에 이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화학무기 살인을 한 북한인들을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 직원들을 인질 삼아 빼돌리기도 했다. 2009년 미 여기자 2명을 두만강 인근에서 데려가 클린턴 전 대통령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평양 호텔에서 선전물을 한 장 가져가려던 미국 대학생 웜비어를 억류해 산송장으로 만든 적도 있다. 긴장이 고조되면 또 '인질'을 찾으려 할 것이다. 미국은 북을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했고 영국·호주는 '여행 자제국' 리스트에 올렸다.

한국 정부는 거꾸로다. 차단해야 할 북 관광총국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둔 것은 개별 관광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일 것이다. 북은 금강산 단체 관광객 박왕자씨를 사살하고도 '관광객 잘못'이라고 했다.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사건을 조작하고 누구라도 인질로 잡을 수 있다. 개성공단 직원을 130일 넘게 억류한 적도 있다. 정부는 어떤 대책을 갖고 북한 개별 관광을 밀어붙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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