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전역을 뒤덮은 산불이 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피나는 노력으로 희귀 나무들을 살려낸 사실이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시드니 도심에서 80㎞ 떨어진 고스퍼즈 마운틴에서 ‘살아있는 화석나무’로 불리는 울레미 소나무(Wollemi Pine)가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스퍼즈 마운틴은 이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산악지역 중 하나로, 지난해 10월 번개로 인해 산불이 시작된 뒤 약 50만헥타르(약 5000㎢) 이상이 불타버렸다.

이번 산불로부터 보호받은 호주 올레미 소나무들.

‘공룡 소나무’로도 불리는 울레미 소나무는 쥐라기 시대부터 생존한 가장 오래된 식물이자 희귀 식물로 꼽힌다. 상록 침엽수인 울레미 소나무는 2억년 전 지구에 서식했지만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화석으로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1994년 호주 시드니 울레미 국립공원에서 자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학계의 관심 받았다.

호주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자 올레미 소나무가 멸종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했다. 이에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소방대의 소방관들이 올레미 소나무 보호를 위해 앞장섰다. 소방대원들은 화재 현장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 뒤, 연소를 지연시키는 물질을 투하했다. 동시에 정예부원들로 이뤄진 소방팀이 헬리콥터를 타고 직접 현장에 진입해 나무에 불이 붙지 않도록 물을 뿌리는 한편, 주변 불길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일부 나무는 불길을 이기지 못하고 타버렸지만, 울레미 소나무를 비롯한 수많은 희귀 나무들이 소방관들의 노력에 힘입어 살아남았다.

맷 킨 뉴사우스웨일스주 환경장관은 "소방관들의 노력으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있는 울레미 소나무를 지킬 수 있게 됐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나무들이 서식하는 지역을 불법으로 드나들거나 화재와 같은 자연재해가 남아있는 개체수의 보존 및 복원을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울레미 소나무가 서식하는 고스퍼즈 마운틴은 지난해 10월 번개로 인해 산불이 시작된 뒤 50만 헥타르 이상이 불타버렸다. 호주 전역에서는 1월 현재까지 약 1000만 헥타르의 면적이 산불 피해를 입었으며, 5만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불에 타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