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이란 참수 작전, 北은 금지선 넘지 말라

조선일보
입력 2020.01.06 03:20

미군이 이란의 대미 군사 도발을 주도해온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총사령관 솔레이마니를 드론 미사일 공격으로 폭살했다.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내 친(親)이란 조직과 접촉하려고 바그다드 공항에 내려 차로 이동하는 순간 정확히 폭사시켰다. 적 핵심 수뇌부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외과 수술식으로 없애는 '참수 작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명령한 작전이다.

과거 참수 작전은 성공 확률이 낮았다. 목표물의 이동 경로와 은신처 등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미군은 위성과 드론으로 목표물의 동선 파악 능력을 대폭 향상시켰다. 미 언론은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공격했다'고 전했다. 드론에 탑재된 적외선 센서 등이 수집한 정보가 위성으로 미국 내 작전 본부에 전달됐고 드론 조종사들이 목표물을 따라가 '닌자 폭탄(Ninja bomb)'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직후 "미국인 안전을 지키는 데 절대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솔레이마니가 최근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과 미군 시설을 공격해 미국인을 살해한 범인이라는 것이다. 워싱턴 공격을 준비했다는 의심도 제기했다. 트럼프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군사 개입을 꺼린다. 하지만 올해 대선을 앞두고 탄핵 공세까지 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과감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미 하원의 탄핵 조사가 진행될 때는 IS 지도자 알바그다디를 '참수 작전'으로 제거해 고비를 넘기려 한 적도 있다. 미국인은 안보 위기가 닥치면 현직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강하다.

트럼프는 올해 대선에서 이란 문제와 함께 대(對)북한 외교 실패를 추궁당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이란식 참수 작전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면 착각일 것이다. 트럼프의 이란 참수 작전은 미 국방장관이 북을 향해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한 지 반나절 뒤에 이뤄졌다.

핵 없는 이란과 핵을 가진 북을 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 북핵과 중동 문제는 성격도 다르다. 그러나 북이 ICBM 발사 등으로 미국을 직접 핵 타격할 위협을 가하고 이것이 트럼프 선거운동에 악재가 된다면 트럼프가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없다. 김정은은 트럼프를 허풍쟁이로 보고 있을 테지만 선거를 앞둔 트럼프의 행동을 함부로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 '충격적 행동' 운운하는 김정은의 핵·ICBM 협박은 공갈에 그쳐야 한다. 금지선을 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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