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격적 핵도발' 협박한 김정은, 비핵화 쇼 韓·美 모두 접어야

조선일보
입력 2020.01.02 03:1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 연말 4일 동안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지켜주는 상대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핵·ICBM 실험 중단' 약속을 깨겠다고 협박하며 미국이 먼저 대북 제재 해제에 나서라는 메시지다. 그러면서 "곧 우리가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김정은이 직접 육성으로 도발을 예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이 행동으로 나설지 모른다는 지난 연말 시한을 넘긴 점도 마찬가지다. 김정은도 당장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국면으로 접어드는 시나리오는 원치 않는다는 방증이다.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풀면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김정은의 약속은 기만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지난 2년여의 '평화쇼'는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다. 김정은이 이제 대놓고 '비핵화는 없다'는 말을 하기까지 한다. 김정은의 목표는 핵심 핵전력은 그대로 둔 채 용도 폐기된 고철 시설만 내주고 대북 제재를 푸는 것이었다. '하노이 노딜'로 그 계산이 틀어지면서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다 이날 핵무력을 의미하는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 없이 줄기차게 진행해 나가겠다"며 '핵보유국 전략'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의 메시지에 "우리는 비핵화 합의에 서명했다. 김정은은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한반도 안보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정치적 이해만 따지는 트럼프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목매 북과 다시 눈가림 대화·합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김정은의 비핵화 쇼를 총선 득표에 활용하겠다는 미련을 이제는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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