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뢰벤〈사진〉 스웨덴 총리는 17일(현지 시각) "북한은 대화의 창을 열어둬야 한다"며 "(교착에 빠진 미·북) 협상이 다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지난 10월 스톡홀름 미·북 실무협상을 비롯해 미·북 간 공식·비공식 접촉을 여러 차례 주선한 나라다. 북한이 미국의 공개적 회담 제안을 무시한 채 고강도 도발 징후를 보이는 상황에서 스웨덴 총리가 북한에 협상장 복귀를 촉구한 것이다.

뢰벤 총리는 방한(訪韓)을 하루 앞두고 본지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한반도 비핵화의 가장 근본적인 설루션"이라며 "스웨덴이든 어느 나라든 유엔 회원국이라면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이를 지지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중립국' 스웨덴의 이 같은 입장은 중국·러시아가 지난 16일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나왔다.

뢰벤 총리는 북한 비핵화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안보리 이사국들의 단합된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제재만으론 한반도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도 "안보리 제재 결의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정치적으로 해결하고자 마련된 것인 만큼,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일치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뢰벤 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부터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에 시사점이 될 만한 언급도 했다. 그는 "정책을 추진할 때 정치권과 사회에서 여러 의견이 엇갈리지만 진짜 중요한 건 다 같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정책을 단기간에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반대 진영의 의견에 마음을 열고 절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1980년 국민투표로 원전을 단계 폐지하기로 결정한 탈원전의 원조격인 나라지만 지금은 여론이 뒤집혔다. 최근 조사에서 원전 지지 여론 78%, 반대는 11%였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라도 원전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뢰벤 총리는 "스웨덴은 1996년 (원자력 등) 전력 시장을 자유화·민영화했고, 2010년엔 기업 등 민영단체도 원전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며 "한국도 원한다면 원전 기술을 스웨덴 전력 회사에 팔 수 있다"고 했다.

뢰벤 총리는 스웨덴이 복지와 경제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비결에 대해 "기업인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시장 분위기 덕분"이라고 했다. 이어 "스웨덴은 복지만 강조하는 나라 같지만 기업이 디지털화하는 사회의 변화에 맞춰 이익 모델을 창출하고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뢰벤 총리는 18일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9일 국회 연설을 하고 20일엔 판문점을 찾는다.

뢰벤 총리는 고아, 고졸 용접공 출신의 ‘흙 수저’ 총리다. 그는 생후 10개월 만에 고아원에 보내졌다. 벌목꾼과 보건 종사자 양부모에 입양돼 자랐다. 그는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용접 학교에 들어가 기술을 배워 용접공으로서 생계를 꾸렸다. 우체부, 벌목꾼 등의 일도 했다. 스웨덴 우메오 대학을 다닌 적도 있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중퇴하고 노동 현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10대부터 사회민주당에서 활동했으며 마흔이 되던 1997년 노조 간부가 됐다. 2005년 금속노조 초대 위원장에 선출되면서는 본격적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이듬해 사민당 최고위원직을 맡았고 6년 만인 2012년 당수직을 차지했다. 그러다 2014년 총선 승리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뢰벤 총리는 총리로선 이번 방한이 처음이지만 2007년 스웨덴 노조 단체원으로, 2013년에는 사민당 당수로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6·25 전쟁 당시 의료진 150여명을 보내 한국을 도운 나라이자 1973년 서방국가로선 처음으로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1975년부터 평양에 대사관을 두며 서방과 북한의 대화 창구 역할을 하는 ‘다리’같은 나라”라면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