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영방송인 CCTV는 16일 예정했던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맨체스터 시티의 17라운드 축구 경기(0대3 아스널 패) 생중계를 취소했다. 대신 2시간 앞서 열렸던 울버햄프턴―토트넘 홋스퍼(2대1 토트넘 승)전을 녹화 방영했다.
CCTV가 편성을 바꾼 이유는 아스널 소속 메주트 외질(31)이 경기 이틀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이슬람교를 믿는 소수 민족)을 박해하고 있다"는 글에 대한 반발 차원이었다. 터키계 독일 이민 3세인 외질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독일 국가대표로 출전해 우승에 힘을 보탠 스타이다. 그의 트위터는 2440만여명이 팔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어도 2110만여명이다.
경기 전 코란 구절을 암송할 만큼 독실한 무슬림인 외질은 트위터 계정에 "중국에서 코란(이슬람 경전)이 불태워지고 사원과 신학교는 폐쇄됐다. 종교 지도자들이 살해당하는데도 (전 세계) 무슬림들은 침묵하고 있다"고 적었다.
외질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동투르키스탄'이라고 적은 점도 중국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동투르키스탄은 분리 독립을 추진하는 위구르 민족주의자들이 신장 자치구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 주민을 동화시키려고 강제 이주를 명령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100만여 위구르 주민을 수용소에 감금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외질의 주장에 중국 언론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환구시보는 "외질의 글은 거짓이다. 축구 당국을 실망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축구협회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외질은 중국 팬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밝혔다.
일부 중국팬은 외질의 소셜미디어에 "당신은 (신장 위구르 문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는 항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터키 정부가 자국 내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을 탄압하는 것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 하지 않느냐"는 글을 남긴 팬도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중계권료로 3200만파운드(약 500억원)를 내는 중국이 민감하게 나오자 아스널 구단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에 "외질의 발언은 개인 견해에 불과하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중국 정부와 국민은 자국 인권, 정치 문제를 건드리는 발언에 대해선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다. CCTV는 지난 10월에도 NBA(미 프로농구)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레이 단장이 트위터에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리자 '로키츠 중계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시 중국농구협회도 "휴스턴과 교류·협력을 일절 중단한다"고 반발했다. 스포츠용품 업체 리닝과 상하이푸둥개발은행 등 중국 스폰서들은 돈줄을 끊었다.
애덤 실버 NBA 총재가 "우리는 자유롭게 의사 표현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표명했지만, 로키츠 경기는 지금까지도 중국에서 방영되지 않는다. "국가 주권과 사회 안정에 도발하는 발언은 언론 자유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CCTV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