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사드 해결해야 시진핑 訪韓' 과제 던졌다

조선일보
입력 2019.12.07 03:00 | 수정 2019.12.27 06:40

이해찬대표 만나 "민감문제 처리를"
대통령·장관·여당대표한테까지 1박2일 방한내내 "사드해결" 요구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 기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따로 만나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6일 확인됐다. '민감한 문제'란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뜻한다. 지난 4~5일 4년여 만에 방한한 왕 부장이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 대표 등 우리 측 인사 모두에게 '사드 압박'을 하고 떠난 것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측 인사들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 문제를 집중 거론했지만 왕 부장은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시 주석 방한과 사드 해결을 연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왕이(王毅·가운데)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5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기 전 노영민(왼쪽)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왕 부장은 지난 4일 이틀 일정으로 방한해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된 주한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 우리 정부에 “적절히 처리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왕이(王毅·가운데)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5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기 전 노영민(왼쪽)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왕 부장은 지난 4일 이틀 일정으로 방한해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된 주한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 우리 정부에 “적절히 처리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연합뉴스

이날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서울 도착 당일인 지난 4일 이해찬 대표를 만나 "중국은 한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 주도의 신실크로드 구상)를 한국의 발전 전략과 접목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제3자 협력을 적극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을 요구받고 있는 한국에 '일대일로 합류'를 압박한 것이다. 이어 "양측은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고 상호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중·한 관계의 튼튼한 발전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해 양자 관계 발전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중국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사드, 미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의 '민감한 문제'를 한국이 잘 처리하지 않으면, 시 주석 방한 등 양자 관계 발전이 어렵다는 경고를 외교적 수사로 포장했다"고 했다. 이에 이해찬 대표는 "양국 관계가 더 높은 수준이 되도록 더불어민주당이 더 큰 역할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가에선 "왕 부장이 '문재인 정부가 시 주석 방한이란 선물을 받으려면 사드 철수라는 밀린 숙제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왕 부장의 사드 언급이 "원론적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드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왕 부장의 태도는 기존보다 훨씬 집요해진 모습이다.

한국 특사에 대한 ‘외교 결례’ 논란 - 2017년 5월 19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푸젠홀에서 테이블 상석에 앉은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테이블 옆에 앉은 이해찬 당시 중국 특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왼쪽 사진). 이해찬 특사가 앉은 자리는 평소 시 주석 비서들이 앉는 하석(下席)이다. 이런 이례적인 좌석배치는 2013년 1월23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김무성 특사(왼쪽)가 시 주석 옆에 나란히 앉은 것과 비교돼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었다. (오른쪽 사진). /AP 연합뉴스·연합뉴스
한국 특사에 대한 ‘외교 결례’ 논란 - 2017년 5월 19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푸젠홀에서 테이블 상석에 앉은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테이블 옆에 앉은 이해찬 당시 중국 특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왼쪽 사진). 이해찬 특사가 앉은 자리는 평소 시 주석 비서들이 앉는 하석(下席)이다. 이런 이례적인 좌석배치는 2013년 1월23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김무성 특사(왼쪽)가 시 주석 옆에 나란히 앉은 것과 비교돼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었다. (오른쪽 사진). /AP 연합뉴스·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내년 3~4월 시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는 데 외교력을 모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친서까지 보내며 공을 들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부산)이 무산되면서 '꿩 대신 닭' 격으로 '시 주석 방한'으로 목표를 수정한 측면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시 주석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방한하고,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도 풀릴 경우 정부·여당으로선 큰 호재가 된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다 되도록 중국 정상이 방한하지 않은 사례는 1991년 한·중 수교 이후 찾기 어렵다"며 "한국 정부의 초조함을 잘 아는 중국으로선 최대한 확답을 늦추며 사드 문제 해결을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은 한한령 등 사드 보복 조치는 거의 그대로 둔 채 최근 사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이 한한령을 풀었다 조였다 하며 '한국 길들이기' 전략을 구사한다는 관측도 있다. 2017년 말 이른바 '3불(不)' 약속을 통해 사드 사태를 봉합했다는 정부의 입장이 무색한 상황이다.

[반론보도]

본지는 2019년 12월 7일 자 위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외교부의 발표를 인용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는 사드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해찬 대표와 왕이 외교부장 간의 만남에서 사드에 관한 언급이나 압박은 없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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