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김기현 진술때 가명 사용… 그 가명 받아쓴 경찰

입력 2019.12.07 01:45

[드러나는 靑 선거개입]

靑에 제보뒤 참고인 진술… 울산경찰, 조서에 고의로 이름 가린 듯
"언론 나온 내용 靑에 말했다"더니 당시 보도 없어… 거짓해명 논란
수시로 靑 접촉하며 첩보전달·공약협의 등 선거 전반 기획한 정황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 부시장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下命) 수사' 의혹과 관련해 "(2017년 10월) 청와대 문모 행정관에게 말한 내용은 당시 언론을 통해 대부분 알려진 수사 상황"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7년 10월엔 김 전 시장과 관련한 비위 사건 보도가 사실상 한 건도 나오지 않았는데, 송 부시장이 자신이 제보했다는 의혹을 벗어나기 위해 거짓 해명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오히려 송 부시장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수시로 접촉하면서 울산 관련 제보를 하고 정책 협의를 하는 등 선거 전반을 기획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문 행정관은 송 부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에 대한 '제보'를 받아 '김기현 비리 첩보 문건'을 만들었고, 이는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송 부시장은 송철호 시장과 함께 선거 캠프 출범 한 달 전인 2018년 1월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선거 공약'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청와대와 송 부시장 등이 수사를 공동 기획하고 선거 공약도 협의하며 '짬짜미 선거'를 한 것"이라고 했다.

◇믿을 수 없는 송 부시장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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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집무실·자택·차량 압수수색 -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6일 오후 울산시청에 있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집무실에서 압수 수색한 물품을 담은 상자들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날 검찰은 송 부시장 자택과 차량에 대해서도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김동환 기자
송 부시장은 지난 5일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사건은 2016년부터 수사 상황이 언론을 통해 울산 시민에게 대부분 알려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지역 언론 등에는 김 전 시장 및 측근 관련 비리 보도가 없었다.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특정 레미콘 업체가 사업을 따갈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2018년 3월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이 확정되던 날 경찰이 압수 수색을 진행한 이후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김 전 시장의 동생이 연루된 울산 북구 아파트 사업 비리 의혹은 경찰의 압수 수색 전부터 지역 언론에 일부 내용이 보도됐다. 그러나 정작 김 전 시장 측이 연루됐다는 내용은 없다. 또 김 전 시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회계 책임자가 편법으로 정치자금을 쪼개서 후원했다는 의혹은 민원인과 업체에 항의했다는 내용만 보도됐다. 이때도 김 전 시장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사건들과 김 전 시장의 연관성은 경찰 압수 수색이 시작된 2018년 3월 이후에 보도됐다. 송 부시장이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한 것은 당시에는 대부분 몰랐던 내용들이다. 송 부시장이 비위 첩보를 제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크다.

송 부시장이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정황이 많다. 그는 청와대에 첩보 전달을 한 이후 김 전 시장 수사를 맡은 울산지방경찰청에 참고인 진술을 했다. 그런데 경찰은 송 부시장 진술 조서(調書)에 그의 이름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고 한다. 경찰은 "(그가) 신원 노출을 꺼렸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경찰이 그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이름을 고의적으로 가렸을 가능성도 있다.

◇"靑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선거 기획"

송철호 시장은 지난해 1월 송 부시장 등과 청와대 인근에서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公共)병원 공약과 관련한 진행 상황을 논의했다. 송 시장은 청와대 접촉 이후 "울산 시민 숙원 사업인 울산 공공병원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야당 관계자는 "중립을 지켜야 할 청와대가 여당 후보를 위해 선거 공약 조율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역 공약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는 청와대 본연의 업무"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왜 여당 출마 예정자인 송 시장을 만나 대통령 공약을 별도로 설명했는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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