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한곳에 모으는 구글… 정보 분산하는 블록체인에 당할 것"

조선일보
입력 2019.12.07 03:00

인터넷 시대 예언했던 미래학자
수십억명의 데이터 관리하지 않고 AI 기술 진보에만 집중하는 구글
보안 무너져 그들의 시대 끝나고 블록체인의 세상 올 것이라 주장

구글의 종말

구글의 종말

조지 길더 지음|이경식 옮김|청림출판
504쪽|2만원

지난 3일 세계 IT 업계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인터넷 산업의 기틀을 잡고, 시장을 장악한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의 두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의 모(母)회사인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사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것이다. 1998년 설립된 구글은 검색·동영상·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 시장 등을 장악한 채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IT 공룡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구글은 데이터 독점 문제로 미국·유럽연합 등의 조사를 받고, 내부적으로는 사내 갈등이 심해지는 등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구글의 갑작스러운 세대교체도 위기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출간된 책 '구글의 종말'은 구글이 처한 구조적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올해 여든 살인 세계적인 미래학자 조지 길더. 그는 "구글의 중앙 집중화된 인터넷은 결국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탈(脫)중앙화 인터넷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구글의 시대도 끝날 것"이라고 했다. 길더는 '텔레비전 이후의 삶'을 통해 TV 시대가 종식되고,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해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게도 큰 영향을 준 인물로 꼽힌다. 그가 구글의 종말을 말하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구글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중앙집권화돼 있고, '노상강도 귀족'과 다를 바 없는 기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노상강도 귀족이란 영지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모로 금품을 빼앗던 중세시대 귀족을 뜻한다. 이 주장은 일견 공감이 가지 않는다. 구글은 자사 서비스 대부분을 사용자에게 공짜로 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구글은 공짜라는 이유로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대신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고 했다. 게다가 구글은 전 세계 수십억명의 데이터를 모두 자사 클라우드로 옮겨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수집·분석하고,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AI가 곧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올 것이라고도 믿는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은 과연 무너질까.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조지 길더는 “중앙 집권적인 시스템을 갖춘 구글은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며 “대신 모든 데이터와 권력을 나눠 갖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크립토코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구글 오피스 앞에 세워진 구글 로고.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은 과연 무너질까.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조지 길더는 “중앙 집권적인 시스템을 갖춘 구글은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며 “대신 모든 데이터와 권력을 나눠 갖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크립토코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구글 오피스 앞에 세워진 구글 로고. /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자는 구글의 데이터 중앙 집중화와 AI에 대한 맹신이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보안'을 취약하게 한다고 말한다. 한곳에 모여 있는 데이터는 해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구글은 AI 기술의 진보에만 집중해 기술의 원천이 되는 데이터 보안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온갖 프로그램이 사용자에게 새로운 아이디, 비밀번호, 로그인 암호키 같은 정보를 요구하지만 일관성과 원칙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미 인터넷 보안이 무너졌음은 분명하다"고 했다. 보안이 무너진다는 것은 기존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증거라고 했다.

저자는 구글식 세상이 종말을 맞이하고, '크립토코즘'(crypto-cosm·암호와 우주의 합성어)이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크립토코즘은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을 활용해 중앙집권화돼 있는 데이터와 개인 정보를 각 개인에게 분배하고, 이를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체계다. 이곳에서는 보안이 최우선이며, 절대 공짜란 없다. 또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모든 데이터 관리와 의사결정의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도 강조한다. 저자는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유명 가상 화폐에다 광고 중개형 베이식 어텐션 토큰(BAT), 수퍼컴퓨팅을 위한 골렘 네트워크 토큰(GNT)같이 생소한 블록체인 기술·서비스를 소개하면서 이런 시도들이 모여 크립토코즘을 만들고, 구글을 비롯한 중앙 집중화된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해체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는 2009년 비트코인을 처음 창시한 사토시 나카모토를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 진영이 주장한 탈중앙화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저자는 지나치게 철학적이고 거시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다. 현재 구글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고, 뉴턴의 금본위제,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철학자 쿠르트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러시아 수학자 안드레이 마르코프의 '마르코프 사슬' 같은 복잡한 이론을 통해 논리를 구성한다. 이 때문에 해당 분야의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자신의 지식 수준을 자랑하기 위해 쓴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오히려 구글 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검색·스마트폰용 OS 독점을 남용해 자사 서비스에만 혜택을 줬다가 수십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사건 등을 통해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했다면 구글의 몰락 이유를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제는 'Life After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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