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시터를 왜 '이모'라고 부를까

조선일보
입력 2019.12.07 03:00

[아무튼, 주말]

친밀감 표현할 때 선호하는 말
진짜 조카처럼 봐달라는 뜻도

가수 이효리가 민박집 주인으로 등장하는 TV 프로그램. 25세 미국인 청년이 손님으로 나와 조심스레 묻는다. "제가 이모라고 부르면 될까요?"

아무리 혈혈단신이어도 한국인에게는 이모가 한 명 이상 있다. 어린 시절, 엄마는 주변의 친한 아줌마는 죄다 이모로 부르게 했다. 사회에 나가선 주방 이모, 미용실 이모처럼 중장년 여성 노동자들은 대개 '이모'가 된다. 아이를 돌봐주는 베이비 시터의 호칭도 어느새 '이모님'이다.

이모는 품속 아주머니

우리말에서 여성 친척을 칭하는 용어는 여러 가지다. 이모뿐 아니라 고모, 숙모도 있다. 그런데 왜 이모일까. 일단 '이모'는 '고모'나 '숙모'보다 훨씬 친근한 존재일 때가 많다. 자매(어머니와 이모)가 남매(아버지와 고모)보다 가까운 경우가 많고, 자녀는 대개 아버지보다 어머니와 더 친하다. 북한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이모는 품속 아주머니.' 이모가 어머니 다음가는 가까운 사이임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친밀감을 표현할 때 선호하는 호칭은 '이모'가 된다.

사실 사전적으로는 맞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은 '이모(님)'를 '어머니의 여자 형제를 이르거나 부를 때에만 쓸 수 있는 말'로 정의한다. 이 밖의 경우 '이모'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고모는 섭섭하다

베이비 시터를 이모 대신 '고모'라고 부르게 하는 집도 있다. 아이가 적절한 거리감을 느끼길 바라서다. 김지연(가명·45)씨는 "집에 이모가 많아 아이가 헷갈리기도 하고, 아이가 엄마보다 더 의존할 수 있어 '고모'라 부르게 한다"고 했다.

듣는 고모는 섭섭하다. 고모들의 조카 사랑도 결코 이모에게 뒤지지 않는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이현미(32)씨는 "오빠랑 친하지는 않지만, 조카는 정말 예쁘더라"며 "조카를 더 자주 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새언니 혼자 있을 때는 찾아가기가 어렵다"고 했다.

친조카처럼 봐주길

'베이비 시터를 이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느냐'는 맘카페 단골 고민 소재다. 아이가 헷갈릴 수 있고, 연세가 높은 시터의 경우 이모란 호칭이 어색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아이 봐주시는 분인데 아주머니는 좀….' 여러 토론 끝에 고민 글의 마지막은 대부분 이런 결론에 이른다. 시대에 따라 말의 쓰임이 변한다면, 요즘 '이모' 호칭에는 우리 아이를 진짜 조카처럼 봐줬으면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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