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재 뺨치는 아이돌 파파라치 '홈마'

조선일보
입력 2019.12.07 03:00

[아무튼, 주말- 오종찬 기자의 Oh!컷]

이른 아침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망원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만 수백 대다. 10년 넘게 현장을 다녀봤지만, 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을 때보다 훨씬 카메라 숫자가 많은 것 같다. 일본에서 열리는 대형 콘서트를 위해 출국하는 아이돌 가수를 촬영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홈마'라고 부른다. 홈페이지 마스터(Homepage Master). 연예인의 고화질 사진을 촬영해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다. 그러면 '오빠'와 '언니'의 생생한 사진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돌 팬들이 팔로를 시작한다. 개인 소장용으로 찍는 이도 있지만, 팔로어가 10만 명 이상 되는 대형 홈마로 발전하면 포토북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새로운 팬덤 문화가 만들어낸 홈마의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 간혹 아이돌의 초상권이나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더라도 소속사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인천공항에 집결한 홈마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한 치열한 경쟁, 자기 키만 한 촬영용 사다리는 필수, 아이돌이 나타나자 카메라를 조작하는 빠른 손놀림, 촬영 후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는 신속한 마감까지. 괜히 머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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