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 편들면 알지?’…美中 노골적인 편가르기 경쟁

입력 2019.12.06 10:44 | 수정 2019.12.06 10:57

‘중국 위협론’을 퍼뜨리는 미국에 맞서 중국이 미국의 일방주의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공개석상에서 연신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저쪽 편에 서지 말라’는 미·중의 노골적인 편가르기가 펼쳐지고 있다.

왕 부장은 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현재 일방주의와 강권 정치가 국제·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그가 언급한 일방주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 노선인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한 것이다. 왕 부장은 "중·한은 적시에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고 다자주의·자유무역을 함께 수호하고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견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역시 보호무역 정책을 펴며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인 미국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왕 부장은 문 대통령 면담에 앞서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연 오찬회에서도 미국을 의식해 "일방주의와 강권 정치가 국제·지역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이들의 의도는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도 "세계 안정과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은 일방주의가 국제 질서를 파괴하고, 패권 행위로 국제 관계 기본 준칙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이번 방문 중 한국 정부에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된 주한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완전 철수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보복 조치를 해왔다. 그는 한국 취재진의 한·중 사드 갈등 질문에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것으로, 미국이 만든 문제이며, 사드 한국 배치로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줬다"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해선 한국이 사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왕이(오른쪽 셋째)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오찬 행사에서 건배 제의를 한 뒤 와인을 마시고 있다. /김지호 기자
왕이(오른쪽 셋째)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오찬 행사에서 건배 제의를 한 뒤 와인을 마시고 있다. /김지호 기자
왕 국무위원의 방한 기간 북미와 유럽의 군사안보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중국을 처음으로 ‘대처해야 할 도전’으로 명시했다. 나토 29개 회원국 정상은 4일(영국 시각) 런던에서 끝난 창립 7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을 우리가 동맹으로서 대처해야 할 기회이자 도전으로 인식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특히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사이버안보 우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공동선언문에 표기된 ‘도전(challenges)’이란 표현은 ‘위협(threats)’이나 ‘적(enemy)’보다는 수위가 낮은 표현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회원국들을 다각도로 압박했으나, 일부 회원국은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 거리두기를 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군사적인 면에서 중국을 나토 공동의 방위 대상으로 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을 국빈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29국 정상과 엘리자베스(앞줄 가운데) 영국 여왕이 3일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영국 왕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29국 정상과 엘리자베스(앞줄 가운데) 영국 여왕이 3일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영국 왕실
중국 정부도 모든 국가가 미국의 ‘중국 위협론’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5일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 측이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하도록 유럽 국가에 로비하고 압박했지만, 나토 정상회의는 중국을 위협이나 새로운 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기자 질문에 "나토 안에서도 중국을 적대시하길 원치 않는 많은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

화 대변인은 "사실 오늘날 세계가 마주한 가장 큰 위협과 도전은 일방주의와 괴롭힘 행위"라며 "미국의 맹우(동맹국)조차도 크게 해를 입었다"고도 했다. 그가 언급한 ‘미국의 맹우’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방위비 인상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 등을 가리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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