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제보 편집은 하명수사 단서...靑 직권남용 소지 크다"

입력 2019.12.05 10:25 | 수정 2019.12.05 11:13

靑, 제보 받아 요약·편집...비위 추가나 설명 없다
제보에 가감 있으면 청와대 직접 생산으로 봐야
첩보 생산 권한 없는 부서에서 非담당자가 생산
법조계 "직권남용 의심...檢수사 지켜보면 될 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청와대는 4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첩보가 민정비서관실 소속 A 행정관이 외부에서 제보 받아 문건으로 정리한 것뿐이라며 하명 수사 논란을 부인했다. 청와대는 당초 제보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제보자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송병기 울산 부시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송 부시장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제보 경위에 대해 "정부에서 여러 가지 동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 동향을 파악해 알려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 감찰 대상이 아닌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고 재가공한 점에서 위법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전 시장 첩보 문건은 민정비서관실 A행정관이 소셜미디어(SNS) 메시지로 받은 제보를 외부 이메일을 거쳐 문서 파일로 옮긴 뒤 요약하고 일부 편집해 제보 문건으로 정리한 것이다. 청와대는 문건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추가한 비위 사실이나 법리 설명은 없다고 했다. 제보자와 A씨는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몇 차례 연락과 만남을 가진 사이로, A씨는 경찰 출신이거나 특별감찰반원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제보자는 송철호 울산시장 측근인 송 부시장으로 드러났고, 그는 "정부에서 여러 동향들을 요구해 파악해서 알려준 것"이라고 했다. 또 A씨는 정보 수집 담당으로 일해오다 청와대, 국무총리실로 적(籍)을 옮긴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작년 7월까지 청와대에 파견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밑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의 해명이 되레 하명(下命)수사 의혹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제보의 경계를 어디까지 둘지 애매한 측면이 있지만,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반응물을 단순 '제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특히 요약·편집이 가해지는 순간 원(原) 제보와 문건의 동일성은 이미 해쳐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보기 좋게 서식을 정리한 정도를 넘어 본문에 가감이 이뤄졌다면, A씨가 작성한 문건은 청와대가 직접 생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직 검찰 수사관은 "법률적인 질문과 답변에 익숙한 수사관 출신이라면 문서로 정리할 때 자연스레 범죄 구성요건에 맞춰 재배열하기 마련"이라면서 "제보 원문이 어느 수준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결과물은 전문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바라본 청와대의 모습./성형주 기자
광화문 광장에서 바라본 청와대의 모습./성형주 기자
문건 생산 주체와 절차도 문제로 꼽힌다. 청와대 직제상 대통령의 친족 및 특수관계인 외에는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 공공기관·단체 등의 장 및 임원 등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 경우가 감찰 대상에 해당한다. 또 감찰반의 업무는 비리 첩보 수집과 사실관계 확인까지로, 수사가 필요하면 이를 수사기관에 의뢰·이첩해야 한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선출직 지자체장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수집해 첩보로 생산하는 것 자체가 월권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A씨는 감찰반원도 아니었다고 한다.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르면 이날 A씨를 소환해 구체적인 문건 생산 경위를 파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업무에 밝은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제보를 접수하는 통로야 우편, 구두, SNS 등 다양할 수 있지만 민감한 사건이면 내부 보고로만 남기거나 익명 투서 형식으로 수사기관으로 보냈으면 될 일"이라면서 "직접 문건화했다는 건 '청와대가 이첩한다'는 의미를 따로 얹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청와대의 관심 사안처럼 경찰에 전달돼 실제 수사로 이어진 만큼 하명수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가 경찰을 움직여 선거 판세를 뒤집었다면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사안"이라면서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면 검찰의 억측인지, 청와대의 거짓 해명인지 판별될 사안인데, 자료 제출(전날 압수 수색)은 유감이라더니 말만 많은 것이 수사 가이드 라인을 주려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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