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날짜 달라 ②달랑 3줄 ③수사관 내용없어… 靑 '고래 보고서' 의문점

입력 2019.12.04 17:19 | 수정 2019.12.04 22:27

靑 대변인, '국정2년차 증후군' 보고서 공개
보고서에 실태파악 기간 '2018년 1월 12일~16일'로 적시…靑 이틀 전엔 "1월 11일 울산 방문"
보고서 내용도 너무 간략⋯숨진 수사관 누구 만났는지도 안 나와
결국 검찰 수사 통해 진위 가려야 지적도
靑 "공개 안 했지만 관련 내용 더 있어"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4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4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직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B 검찰수사관이 작년 1월 울산에 내려간 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 상황을 챙겨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경이 갈등을 빚은 '울산 고래 고기 사건'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 근거라며 4일 청와대가 작성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 밑에서 특감반원으로 활동한 B 수사관과 C 총경 등이 울산에 내려가 조사한 내용 등을 담아 작성한 문건이란 것이다. 이 문건 표지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이 작성 주체로 명기됐다. 표지 왼쪽 상단엔 빨간색으로 '특별보고'라는 표시도 돼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정비서관실에서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조사를 했었다"며 이 보고서를 기자들 앞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고 대변인은 "2018년 1월쯤에 민정비서관실 주관으로 집권 2년차를 맞아서 행정부 내 기관 관 엇박자, 이해충돌, 이런 실태들을 점검하기로 해서 그 실태 조사를 위해 현장 대면 청취를 실시했다"고 했다. B 수사관이 울산에 내려간 것은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잘 진행되는지 점검하러 간 것이 아니라, 고래고기 사건으로 불거진 당시 울산지검과 울산지방경찰청 간 갈등 실태를 점검하러 간 것이란 주장이다.

청와대가 4일 공개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 방안 보고서' 중 일명 고래고기 사건 관련 부분.
청와대가 4일 공개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 방안 보고서' 중 일명 고래고기 사건 관련 부분.
청와대는 고 대변인 브리핑 후 이 보고서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공개한 이 보고서에는 '검·경간 고래고기 환부 갈등'이라는 소제목으로 사건 경위에 대해 3줄로만 요약 기술돼 있는 내용이 전부였다. 고래고기 환부(還付) 사건이란 2016년 4월 울산 경찰이 '불법 포획의 증거'로 압수한 밍크고래 고기에 대해 울산지검이 "근거가 부족하다"며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주면서 검·경 간 갈등으로 비화된 사건이다.

이 보고서에는 고래고기 환부 갈등에 대해 "2016년 경찰이 압수한 고래 일부를 검찰이 피의자인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면서 촉발"됐다며 "2017년 9월 고래보호단체가 사건 담당 검사를 직권남용으로 고발, 검찰 대상 경찰의 수사 본격화로 갈등 촉발"이라고 썼다. 이어 "최근까지 상호간의 부실 수사·수사 방해 등을 두고 공개적 설전을 벌이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앞두고 갈등 양상 표출(민정수석실 자체 파악)"이라고 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공개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보다 새로운 의문을 낳는 대목이 적잖다.


청와대가 4일 공개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 방안 보고서' 개관. 보고서에 따르면 실태 파악 조사는 2018년 1월 12일부터 16일까지 닷 새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숨진 B수사관 등이 1월 11일 울산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실태 파악 조사와 실제 방문 기간 사이에 하루의 시차가 있다.
청와대가 4일 공개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 방안 보고서' 개관. 보고서에 따르면 실태 파악 조사는 2018년 1월 12일부터 16일까지 닷 새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숨진 B수사관 등이 1월 11일 울산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실태 파악 조사와 실제 방문 기간 사이에 하루의 시차가 있다.
◇靑, 그제 "숨진 수사관 1월11일 울산 내려갔다" 했는데 보고서엔 "1월12일~16일 실태파악"

우선 보고서 '개관' 항목에는 실태 파악 기간이 2018년 1월 12일부터 16일까지로 돼 있다. 그런데 고 대변인은 지난 2일 서면브리핑에서 B 수사관이 1월 11일 울산에 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기재된 실태 파악 시작 시점과 B 수사관이 실제 울산에 갔다는 날짜에 하루 차이가 난다.

지난 2일 고 대변인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B 수사관과 함께 울산에 갔다는 특감반의 C 총경은 "본인은 2018년 1월 11일 고인(B 수사관)과 함께 KTX를 타고 울산에 가게 됐고 고인은 울산지검, 본인은 울산경찰청을 방문한 뒤 귀경했다"고 말했다.

◇고래고기 사건 내용은 세 줄뿐⋯백원우 특감반원 누구 만나 무슨 내용 조사했는지 불분명

또 이 보고서에는 실태 파악에 동원된 청와대 행정관들이 "진솔한 의견 청취를 위해 지인 중심으로 면담을 진행했다"고 돼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조사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돼 있지 않다. 청와대 주장대로 B 수사관이 정말 울산에 가서 울산지검 관계자를 만나 관련 보고서를 냈고,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는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보고서만으로는 숨진 B 수사관이 울산에 내려간 이유가 고래고기 사건 조사 때문만이라고 증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 정도 내용은 굳이 울산에 내려가지 않고서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란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공개하지 않은 보고서 내용이 더 있지만 민간에 공개하기엔 민감한 부분이 있어 모두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만으로는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검찰 수사를 통해 B 수사관이 최초 작성한 보고서가 있는지, 있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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