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집값 올리면서 애 낳으라고?

입력 2019.12.04 03:14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서울에 사는 회사원 신모(34)씨는 15평 정도 크기의 아파트에 아내, 생후 8개월 된 아이와 함께 셋이 산다. 취직한 이후 모은 돈과 은행 대출금 등을 합쳐 지금 사는 3억4000만원짜리 전셋집을 구했다. 신씨는 "아이를 하나 더 갖는 것은 아예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둘째를 낳는다면 지금 사는 곳보다 넓은 집이 필요한데 그 집을 마련하는 비용과 아이를 키우고 교육시키는 비용을 부담하면서 우리 부부의 노후까지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현재 사는 곳 주변 아파트들의 가격은 10억원을 훌쩍 넘었다. 전세가도 오르고 있어 '이번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도 든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은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데, 서울 주택의 매매가와 전세가는 동반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청년들이 느끼는 실질 실업률은 여전히 20%가 넘는다. 지난달 말 국민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 청년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20대가 취업하고 싶은 장기 일자리 대신 초단기 알바만 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만난 20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몇 차례 떨어지고 나니 너무 막막하다"며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지금으로선 꿈도 못 꿀 이야기"라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간한 자료에서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과 좋은 집을 찾기 어려운 문제 등이 출산율 하락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족 형태의 변화 등도 출산율에 영향을 주지만,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노동·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저출산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과 '부동산'은 현 정부의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분야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삶의 질과 밀접한 영역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해 "출산율 목표를 정해놓기보다는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개선해 저출산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 우리의 현실은 과연 정부의 뜻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연간 출생아 수 40만명대'를 겨우 지켜왔지만, 2017년 출생아 수가 연간 30만명대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30만명 선도 위태롭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서 기혼 여성의 63.6%는 이상적인 자녀 수가 2명이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0.98명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의 노동·부동산 정책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결혼과 출산을 '부담스러운 일'로 느끼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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