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의자 靑·경찰이 한편 돼 검찰 공격, 기막힌 나라 꼴

조선일보
입력 2019.12.04 03:20

청와대가 3일 '백원우 특감반' 출신 검찰 수사관 사망 등과 관련해 "(검찰이) 유서에도 있지 않은 내용을 거짓으로 흘리고 있다"고 했다. 전날엔 검찰이 자살 수사관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울산에 함께 간 경찰 출신 백원우 특감반원의 진술을 공개했다. 연일 검찰을 공격한 것이다. 청와대는 숨진 수사관이 "내가 개인적으로 감당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청와대 비리가 아니라 개인 문제라는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수사관 자살이 검찰 탓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 수사관은 이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핵심 참고인이었다. 청와대는 그 수사관과 경찰 출신 특감반원이 '고래 고기' 사건 때문에 울산해양경찰서를 함께 찾아갔다고 했다. 그런데 해경은 그 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고 사건 내용도 모른다고 한다. 청와대는 수사관이 울산지검도 방문했다고 했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울산지검 간부들은 그 수사관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더구나 숨진 수사관은 다른 특감반 동료들에게는 '백원우팀'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위험해 겁이 난다고 했고, 숨지기 직전에는 "청와대가 유재수 수사 상황을 계속 캐물어 괴롭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다.

야당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는 담당도 아닌 민정비서관이 경찰에 지시했다. 민정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울산 시장만이 아니라 울산 지역 야당 의원들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모두 사실무근으로 결론 났다. '선거 공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 증거가 속속 드러나자 청와대는 검찰에 대한 비난 공격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도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를 막기 위해 표적 수사 한다" "법무부가 감찰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들이 선거에 개입해 야당을 표적 수사 해놓고 검찰이 이를 수사하자 '강압 수사' '감찰하라'고 한다. 조국 사태와 판박이다.

경찰은 검찰이 수사관 휴대전화를 압수하자 자신들도 포렌식(자료 복원 작업)을 같이 하겠다고 요구했다. 지금 경찰은 피의자와 같다. '선거 공작'의 행동대로 경찰 자체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지방선거에선 울산시장뿐 아니라 창원·양산·사천시장 등 경남 지역 야당 단체장들도 경찰의 소환 조사, 압수 수색을 당했다. 이 수사를 담당한 경남경찰청 책임자 역시 울산 수사 책임자와 똑같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비슷한 경우가 얼마나 더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사 대상 피의자가 수사에 참여하겠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 정권 들어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떼어오려는 경찰은 청와대의 행동대를 자처하고 있다. 드루킹 사건 때는 수사 경찰이 아니라 대통령 측근의 변호사처럼 행동했다. 이상한 야당 공격도 대부분 경찰이 한 것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청와대·경찰이 한편이 돼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든다. 조만간 극렬 지지층 시위도 본격화할 것이다. 남미 같은 곳에서 보던 일들이 그대로 일어날 조짐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