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울산 선거 사건’ ‘유재수 무마 사건’, 문 대통령은 왜 침묵했을까

입력 2019.12.03 18:30


이번 일을 어떻게 호명하느냐, 이게 중요하다. ‘울산 선거 청와대 개입 사건’, ‘친문 핵심 유재수 비리 무마 사건’, 두 사건을 일단 이렇게 불러보겠다. 아직 수사가 완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혹’이란 말을 넣으면 좋다.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유재수 비리 무마 의혹 사건’, 이런 식이다. 그러나 양쪽 의혹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개입돼 있기 때문에, ‘백원우 사건’, 이렇게 부를 수도 있다. 더 간단하게 요약하면 ‘울산 사건’ ‘유재수 사건’, 그리고 ‘백원우 사건’이 된다.

등장인물도 많고, 사건이 복잡하게 꼬여갈 때는 그것들을 일일이 추적하면서 매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 포인트를 꽉 붙잡고 그것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 오늘의 핵심 포인트는 ‘문재인 대통령은 왜 침묵했을까’ 이 점이다. 온 나라가 들끓고 있고, 더구나 일요일 오후에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키맨, 검찰수사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민들에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이튿날인 월요일 오후2시 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렸다. 당연히 국민과 모든 언론은 문 대통령의 입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은 딱 두 가지로 요약됐다. 이렇게 말했다.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 정치를 도태시켰다." 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신남방 정책이 본궤도에 안착했다"고 했다. 앞에 발언은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고, 뒤에 발언은 스스로 자화자찬을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울산 사건’과 ‘유재수 사건’ 두 가지 모두 자신과 연결돼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대통령을 위해 일했던 수사관이 비극적인 모습으로 유명을 달리했는데도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문 대통령은 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일까. 자신은 빠져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왜냐하면 청와대에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의 자살 사건’은 청와대와 검찰의 정면충돌로 번지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은 입 다물고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민정비서관실 업무에 대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숙고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 ‘숙고’라는 말은 매우 어색하다. 그래도 그 점은 차치하고, 고 대변인은 일단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란 말로 사실상 검찰 수사와 언론 탓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또 여당 쪽에서는 이런 말도 나왔다. "검찰이 숨진 A수사관의 개인 비리를 갖고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검찰이 별건 비위 수사로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은 과거 어떤 검찰과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검찰은 청와대의 불법 선거 개입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어제 검찰은 청와대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서초경찰서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검찰은 숨진 A수사관의 휴대전화, 유서 9장, 지갑 등을 들고 왔다. 특히 숨진 A수사관이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청와대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신저 통화기록을 분석하면 A씨가 사망 직전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압박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A씨는 숨지기 직전 주변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고위 관계자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수사 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해온다"면서 펑펑 울면서 하소연했다고 한다.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도 "능력 있는 수사관이었는데, 안타깝다"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윤석열 총장은 숨진 수사관 A씨와 2009년 대검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연도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눈물은 무엇을 의미할까.

영화 ‘대부’를 보면 펜탄젤리가 마이클 콜레오네의 청문회에서 증언을 뒤집는다. 펜탄젤리는 청문회장에 난데없이 등장한, 시칠리아에 사는 형을 보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즉각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뒤에 변호사 톰이 펜탄젤리를 찾아오고, 로마시대 때 반역에 실패한 패밀리 얘기를 한다. 그들이 목숨을 버리는 대신 어떻게 가문과 재산을 보호했는지 얘기한다. 그 뒤에 펜탄젤리는 자살한다. 그 장면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윤석열 검찰’은 영화 ‘대부’의 그 장면을 되새김하고 있을 것이다. 숨진 수사관 A씨에게 마지막으로 찾아온 사람, 그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했거나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람, 그 사람이 누구인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람인가, 민주당 사람인가. 아니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제3자인가. 도대체 수사관 A씨의 입이 두려운 사람이 누구인가. 문 대통령 입장에서 본다면 일단 최악의 경우 ‘울산 사건’, ‘유재수 사건’이 측근들이 권력을 자의적으로 남용한 사건일 뿐 대통령은 전혀 관련 없는 사건으로 선을 그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월요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침묵을 지킨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