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디지털 위안화' 발행 속도 내는 중국...국제 통용은 '미지수'

입력 2019.12.03 15:00

중국 정부가 내년 인민은행을 통해 국가 차원의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에 나설 전망이다. 발행 규모는 1000억위안(약 17조원)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교착상태인 가운데 중국의 미국 달러에 대한 기축통화 흔들기가 속도를 내는 것이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3일(현지 시각)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페이스북 같은 주요 민간 기업들이 지원하는 암호화폐 ‘리브라(Li-bra)’를 의식해 선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디지털화폐 발행에 관심을 가졌고,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디지털화폐전자결제(DCEP)를 연구해왔다.

중국 정부가 내년 인민은행을 통해 국가 차원의 디지털화폐 발행에 나설 전망이다. /트위터 캡처
중국 정부가 내년 인민은행을 통해 국가 차원의 디지털화폐 발행에 나설 전망이다. /트위터 캡처
리브라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다. 코인 가격이 법정 화폐와 연동돼 급등락 하지 않고 달러·유로·파운드·엔을 묶은 법정통화 바스켓에 연동해 가치를 유지한다. 페이스북은 이 바스켓의 대부분을 미국 달러가 차지해, 추후 디지털 기축통화 역할을 미국이 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위협을 느낀 중국은 정부차원에도 급하게 ‘친(親) 암호화폐’ 기조로 돌아선 모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18차 집단학습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디지털 금융, 사물인터넷, 디지털 자산거래 및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며 "중국도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사회 경제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인 2017년 9월 중국은 암호화폐 시장이 활황세를 이어가던 때 자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민간 차원의 디지털 화폐가 확산되면 각국 정부, 특히 미국의 통화량 통제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먼저 중국도 디지털 화폐를 직접 발행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중국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디지털 화폐 발행이 중국의 화폐 주권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황치판 부회장은 상하이에서 개최된 한 포럼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직접 국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 페이스북 같은 민간 기업이 자체 화폐를 발행하는 일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중국은 중앙은행이 주권인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디지털 화폐가 발행되면 중국의 소매업에서 먼저 활발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현금을 받지 않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실물 화폐 일부만 디지털화해도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중앙집중형인 중국 디지털화폐는 자금 흐름을 정부가 모두 볼 수 있기에 위안화 위조나 자금 세탁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중국은 해외로 유출되는 위안화의 5~10% 정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디지털화 된다면 거래 기록이 중앙 서버에 남아 언제든지 정부가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장은 "지불, 결제의 편리성과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우선적으로 국내(중국) 사용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했다.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우선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기축통화가 되려면 화폐가 중국 내부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사용돼야 한다. 하지만 기존 위안화보다 정부의 통제가 강화된 화폐를 외국인들이 선뜻 사용할지 의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협력을 돕는 국제기구인 국제결제은행에서 거래된 금액을 살펴보면 미 달러화는 44%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유로화(15%), 엔화(8%) 순이었다. 위안화 거래는 단 2%에 불과했다. 닛케이는 "통화를 보다 사용하기 쉽게 만들 수 있는 ‘조치’가 없으면 글로벌 입지 강화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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