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 가스관 개통… 中·러 '에너지 동맹'으로 더 밀착

입력 2019.12.03 03:00

러, 30년 동안 470조원 규모 공급… 상하이 아파트도 러 가스로 난방

유럽으로 가던 가스 수출 막힌 러… 연료 부족한 中의 이해관계 맞아
美 주도 세계 질서에 정면 도전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와 중국 북부를 잇는 천연가스 공급관이 2일 정식 개통됐다. 앞으로 30년간 중국의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2018년 기준)의 14%에 가까운 천연가스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공급된다. 베이징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상하이 아파트까지 러시아산 가스로 난방을 하는 셈이어서 양측이 '에너지 동맹'을 맺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 중국 관영 CCTV 등에 따르면 양측은 2일 중·러 동부 가스관 가운데 러시아 구간인 '시베리아의 힘' 개통식을 열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와 사하 지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헤이허(黑河)까지 연결하는 2800여㎞ 길이의 가스관이다.

러시아 동부와 중국을 잇는 중·러 동부 가스관 연결 사업은 총길이 8000㎞다. 이날 개통식으로 러시아 구간과 지난달 공사가 끝난 중국 북부(헤이허에서 지린성 쑹위안까지 1000여㎞ 구간)까지 4000㎞가 완성됐다. 홍콩 명보는 이번 가스관 연결로 헤이룽장 등 동북 3성, 베이징, 톈진까지 러시아산 가스가 공급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앞으로 상하이 등 창장(長江) 유역까지 가스관을 연결할 예정이다.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은 앞으로 이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 가스프롬으로부터 30년간 연간 380억㎥ 가스를 공급받는다. 2018년 기준 중국 천연가스 연간 소비량(2800억㎥)의 13.6%다.

중국 관영 CCTV는 러시아 국가에너지연구소 소장을 인용해 러시아의 천연가스전 개발이 계속되고 있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천연가스 수출량이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30년간 가스를 공급받는 대가로 러시아에 4000억달러(약 470조원)를 지급한다.

중·러의 '가스 동맹'은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양측은 1996년부터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을 연구했지만 2014년 5월 중·러 정상회담에서야 가스 공급 프로젝트에 최종 서명했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유럽으로 가던 가스 수출길이 막혔다. 천연가스 소비량이 늘어나는 중국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중국 에너지 사용량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7.8%로 이는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가스관 연결은 정치적인 의미도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중앙정보국(CIA) 에너지 분석관을 지낸 에리카 다운스 컬럼비아대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 가스 동맹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말고도 대안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과 러시아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군사·경제 등 각 분야에서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2018년 9월 사상 처음 중국군을 자국 연례 연합 훈련에 초청했다. 중국과 러시아 해군은 지난달 28~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인근 해역에서 남아공 해군과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대체하는 국제 결제망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양국 수교 7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신시대 전략협력동반관계'로 규정하고 우주 개발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연결된 중·러 천연가스관 역시 가스만 오가는 게 아니다.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산 가스관 출입구인 러시아 블라가베센스크와 중국 헤이허를 잇는 첫 다리가 준공돼 내년 봄 개통된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그동안에는 배를 이용해 국경인 아무르강(중국명 헤이룽장)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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