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전설 이치로, 동네 야구서 '깜짝 완봉승'

조선일보
입력 2019.12.03 03:00

친구들과 팀 만들어 첫 경기… 9번 타자 겸 투수로 나와

공 131개 던지며 16K 무실점… 4타수 3안타… 14:0 대승 견인
이치로 "야구는 역시 즐겁다"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를 정복한 야구 전설 스즈키 이치로(46)가 다시 신인 선수로 돌아왔다. 이번엔 동네 야구다. 지난 1일 일본 고베시 홋토모토필드 야구장엔 선수 이치로를 보려고 관중 3000여명이 몰렸다. 이치로가 지난 9월 직접 창단한 동네 야구단 '고베 지벤'의 첫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이 팀은 이치로의 현역 시절 겨울 훈련을 도와줬던 친구들이 주축이다. 상대팀은 이치로의 열혈팬이자 와카야마시 지벤중·고교 교사로 구성된 '와카야마 지벤'. 지난해 이치로가 동네 야구 정기전을 보러 갔다가 이 학교의 열광적인 응원 문화에 반해 시합을 제안했다.

스즈키 이치로가 1일 일본 고베시 홋토모토필드에서 열린 동네 야구 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
스즈키 이치로가 1일 일본 고베시 홋토모토필드에서 열린 동네 야구 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 이치로는 여전히 혼을 담아 야구를 한다. /마이니치신문
이치로는 이날 9번 타자 겸 투수로 나섰다. 외모는 변함없었다. 27년 전 이 야구장에서 오릭스 블루웨이브 신인 선수로 누볐던 때와 똑같이 호리호리한 몸매와 빠른 발, 타석에서 상대 투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눈빛을 뽐냈다. 다만 머리가 희끗희끗해졌고, 등번호가 프로 생활 내내 썼던 51번이 아닌 1번으로 달라졌다.

우투좌타 이치로는 투수와 타자 모두 완벽하게 해냈다. 9이닝 동안 공 131개로 6안타 16삼진 무실점하며 데뷔 무대 완봉승. 익숙하지 않은 연식공을 던졌지만 볼넷 하나 내주지 않았다. 타석에선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14대0 대승을 견인했다. 와카야마 지벤은 투수 이치로를 상대할 선수 명단을 지난 7월 확정하고 맹연습했지만 득점엔 실패했다. 야구 전설을 상대해 안타를 쳐낸 것만으로도 감격했다. 3회 이치로에게 첫 안타를 뽑아낸 사회 선생님 다마키 하야토씨는 "굉장히 빠른 공을 운 좋게 쳤다. 평생 기념이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이치로의 야구엔 쉼표도, 대충도 없다. 그는 지난 3월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끝으로 28년 프로야구 경력을 끝냈지만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주 특별보좌이자 인스트럭터를 겸하며 시즌 중 매리너스 타자들을 위한 배팅볼 투수로 활동했다. 매일 공 200여개를 던졌는데, 고등학교까지 투수로 뛰었던 경험을 살려 직구, 커브, 슬라이더 등 모든 구종을 타자 입맛에 맞춰 던져줬다. 매리너스 홈 경기가 없는 날엔 차로 1시간 거리 마이너리그 경기장을 찾아가 유망주들에게 배팅볼을 던졌다. 미국의 야구 시즌이 다 끝난 지금은 일본의 동네 야구 무대에서 있는 힘껏 공을 던진다.

이치로는 "야구는 역시 즐겁다"고 경기 소감을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