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60년 공들여 쌓은 원자력공학, 이렇게 무너뜨려선 안 된다

조선일보
  •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입력 2019.12.03 03:14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미국 에너지부 산하 과학교육 훈련 기관인 ORISE(Oak Ridge Institute for Science and Education)가 올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원자력공학 전공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의 원자력공학 박사 학위 취득자는 지난 2009년 87명에서 2010년 113명, 2014년 169명에 이어 작년엔 195명이 됐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6년 이후 최다였다. 석·박사를 합친 대학원 재학생은 2018년 1775명으로 2년 전보다 9%포인트가 늘었다. 이 또한 1976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원전 산업은 셰일가스 대량 공급으로 원가를 크게 낮춘 가스 발전과 경쟁해야 하고, 원전 건설 인프라 붕괴로 건설 비용이 더 비싸져 다른 에너지원과 경쟁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원자력 전공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젊은 세대가 원자력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원자력을 미래 세대 핵심 기술로 보면서 국제적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4 세대 원자로 연구를 위해 최소 10조원이 드는 다목적 연구로를 건설하고 있고, 내년 원자력 연구에 올해보다 1450억원 많은 1조6000억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원자력공학은 20세기 들어 태동한 학문이다. 1905년 물질이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음을 아인슈타인이 제시했고, 193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오토 한이 우라늄 핵분열을 발견했다.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 페르미가 1942년 우라늄 핵분열을 제어할 수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원자력공학이 가능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대학의 원자력공학 교육은 1950년대에 시작됐다. 미국은 MIT가 1951년 원자력 교육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1956년 문교부(지금의 교육부)가 기술교육국에 원자력과를 신설해 원자력공학 교육을 시작했다. 1958년 한양대가 원자력공학과를 만들었고 서울대는 1959년 원자핵공학과를 설립했다. 여기에 전국 수재들이 몰렸다. 새로운 학문에 대한 관심과 미래 에너지의 주역이 된다는 비전이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모았다.

지난 60년간 소중하게 가꿔온 우리 원자력공학은 이제 생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탈원전하에서 원자력 관련 학과 기피 현상은 갈수록 더할 것이다. 우수한 학생이 원자력 전공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학문 발전은 어렵다. 기존 재학생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올해 국내 박사 후 연수가 2명, 해외 박사 후 연수가 3명이었다고 한다. 고급 인력이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공들인 인재를 외국에 빼앗기는 꼴이다.

지난 10월 말 한국원자력협력재단 주관으로 청년 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해외에서 열여섯 기관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우리 인력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탈원전이라지만 적어도 60년은 원자력을 안고 살아야 한다. 꾸준한 인력 수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은 더 이상 우리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지 않는다.

릭 페리 전임 미 에너지부 장관은 원자력 확대야말로 진정한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고 했다. 이런 비전이 젊은 세대를 원자력으로 끌어들인다. 원자력은 인류 최대 위협인 기후변화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에너지원이다. 스쳐 지나갈 한 정권 때문에 무너져서는 안 될 산업이고,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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