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선거 공작' '비리 비호' 해명하라

조선일보
입력 2019.12.03 03:20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 정치를 도태시켰다"고 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의 선거제도 강제 변경 추진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대응하는 한국당을 강하게 비난한 것이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신남방 정책이 본궤도에 안착했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게 아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에 대한 권력 비호 때문에 국민의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백원우 별동대'에서 활동하며 울산시장 선거 첩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을 받는 검찰수사관이 바로 하루 전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사람이 잘못한 일이 없으면 왜 극단적 선택을 했겠나. 이 모든 일이 문 대통령과 연결돼 있다.

국민이 문 대통령의 입을 쳐다보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어이없게도 읽은 책을 홍보했다. 그래도 휴일이 끝난 뒤 월요일에는 선거 공작과 권력의 비리 은폐 사건에 대해 한마디라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많은 사람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남 탓만 했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에 근무했던 수사관의 자살에 대해서조차 침묵했다.

선거 공작과 권력의 비리 은폐는 대통령 측근들이 권력을 자의적으로 남용한 것이다. 대통령이 취임 때 국정 과제 1호로 내걸었던 적폐 청산은 바로 전 정권의 이런 행태를 겨냥한 것이다. 두 사건 모두 민정수석과 대통령 측근 실세 비서관을 넘어서는 윗선이 얽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러 정황이 그 윗선으로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선거 공작으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울산시장은 대통령과 30년 친분이 있는 사람이다. 대통령은 그의 당선을 "가장 큰 소원"이라고 했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일면식 없는 유재수씨에 대해 처음에는 강한 감찰을 주문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 유씨는 문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두 사건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사건의 핵심이다. 직접 관여했으면 실정법 위반이다. 실정법을 위반한 대통령에게 어떤 벌이 부여되는지는 국민 모두가 안다.

이 사건들은 청와대 특감반에서 활동했던 김태우씨가 감찰 보고서를 통해 폭로했다는 점에서 전 정권 임기 중반인 2014년에 터진 청와대 공직비서관실 '십상시' 문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야당 비상대책위원이었던 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이 저지른 국기 문란"이라며 "그것만으로도 대통령은 당당할 수 없다"고 했었다. 선거 공작과 권력의 비리 비호는 그보다 훨씬 중대한 사건이다.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자초지종을 해명해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