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줄인다며 평택車는 'NO', 천안車는 'OK'"...수도권 지자체들 "지역 차별" 반발

입력 2019.12.01 17:57

정부, 내년 2~3월 수도권 등록 노후차만 수도권 운행 제한
당초 전국 114만대→수도권 28만대로 단속 대상 축소
수도권 지자체 "지역 간 형평성 어긋난다" 반발
정부 "준비 된 수도권부터 먼저 시행"
전문가 "10대 중에 2~3대 운행제한…미세먼지 저감 효과 없어"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내년 2~3월 수도권에 등록된 배출가스 5등급차(노후차)만 수도권 운행을 제한키로 하자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차별적인 정부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같은 노후차라도 경기 평택시나 여주시에 등록된 차량은 단속 대상인 반면 바로 인접한 충남 천안시나 강원 원주시에 등록된 차량은 제한 없이 수도권에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단속 대상 노후차는 전국 114만대에 달하지만 수도권 등록 노후차는 약 25%인 28만대에 불과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18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서울 하늘./연합뉴스
지난달 18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서울 하늘./연합뉴스
2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미세먼지 고농도 기간인 겨울철(12월~3월)에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처음 도입키로 하면서 내년 2~3월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에 등록된 노후차의 운행을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제한하고, 이를 어기면 하루 한 번 25만원의 과태료도 물리기로 했다. 대상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노후차 약 28만대다.

전국에 등록된 노후차는 모두 247만대다. 당초 단속 대상 차량은 생계형 차와 저공해 조치를 완료하거나 신청한 차 133만대를 제외한 114만대에 달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단속 대상을 ‘수도권 등록’ 노후차로 축소하면서 비수도권 등록 차량 86만대는 미세먼지 고농도 기간에도 수도권을 제한 없이 다닐 수 있게 됐다.

그러자 수도권 지자체들은 "수도권 지역 차량만 단속하겠다는 것은 지역 간 형평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예를 들어 충남 천안·아산시와 맞닿은 경기 안성·평택시 등록 노후차는 자기 지역에서도 다닐 수 없지만, 인접한 천안과 아산에 등록된 노후차는 마음대로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까지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역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런 정책은 지역 형평성이 맞아야 하는데, 어디(수도권)는 안 되고 어디(비수도권)는 된다고 하면 차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정책에는 공감해도 경기도 등록차만 차별 받는 모양새면 제도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주무 부처인) 환경부에 전국의 모든 노후차를 단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으나 일단 시행하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녹색교통지역에 해당하는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 배출가스 5등급차를 단속하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연합뉴스
녹색교통지역에 해당하는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 배출가스 5등급차를 단속하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연합뉴스
서울시 관계자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 등록된 노후차가 서울에 들어와 미세먼지를 내뿜으면서 다닌다고 해도 현재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1일부터 이른바 ‘녹색교통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도심 4대문 안(종로구·중구 등 15개 동)에서는 1년 내내 전국에 등록된 모든 노후차 통행을 제한키로 하고 단속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년 2~3월엔 ‘녹색교통지역’을 제외한 서울의 다른 지역에선 수도권 등록 노후차만 단속 대상이 된다.

서울시 측은 "환경부가 제공하는 전국 노후차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하면 전국의 모든 노후차의 수도권 운행 제한도 가능한데 환경부 생각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수도권 등록차만 운행을 제한하는 것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재용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는 "수도권 운행 제한을 수도권 등록 노후차로만 하겠다는 건 펴다 만 정책"이라며 "전국 노후차 10대 중 7~8대는 미세먼지를 내뿜어도 단속 안하겠다는 것인데, 특정 기간에 미세먼지 줄이겠다고 하면서 원래 계획했던 운행제한차의 4분의 1만 제한하는 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일단 ‘선(先) 도입 후(後) 개선’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수도권 지자체는 미세먼지 배출 차량 단속 근거가 되는 조례나 단속 장비 등에 대한 준비가 충분치 않고, 올해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시행되는 첫 해여서 완벽한 준비가 안 된 측면이 있다"며 "일단 수도권 등록 차량을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한 뒤 지자체의 관련 조례 제정 등 상황을 반영해 단속 대상을 전국의 모든 노후차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배출가스 5등급차는 어떤 차
배출가스 5등급차는 배출가스 등급제에 따라 ‘5등급’을 받은 노후차다. 배출가스 등급제는 국내 모든 차를 대상으로 사용 연료와 연식, 오염물질 배출 정도를 따져 1~5등급으로 나눈 제도다. 등급이 낮을수록 오염물질을 많이 내뿜는다고 간주한다.

5등급차는 2002년 7월 1일 이전에 등록된 노후 경유차나, 2006년 이전에 만들어진 경유차 중 오염물질을 많이 내뿜는 차다. 휘발유차와 가스차의 경우는 1988년 이전에 등록된 차가 대상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전국에 등록된 2320만대를 1~5등급으로 분류하기 시작해 올 6월 모두 마쳤다. 지난 6월 기준 등급별로 1등급 129만대, 2등급 914만대, 3등급 844만대, 4등급 186만대, 5등급 247만대로, 2~4등급이 전체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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