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멸종위기 동물들이 인간에게 건넨 편지

조선일보
  •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입력 2019.11.30 03:00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작년부터 올해까지 중국에서만 돼지 1억마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죽었다. 고래의 평균수명은 100년에 육박하지만, 인간이 설치한 통발 밧줄에 얽히거나 선박과 충돌해 30년도 못 살고 죽는 고래가 근래에는 전체의 80%가 넘는다고 한다. 호랑이는 지난 100년 동안 야생종의 97% 이상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종은 꿀벌이고, 국내 토종벌은 이미 90% 이상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다.

돼지·고래·호랑이·꿀벌, 이 모든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까이 와닿는가? 앞으로 수십년 후에는 지구상에서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동물은 이들 외에도 한둘이 아니다. 만약 이들이 자신에 대해 인간의 언어로 편지를 쓸 수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바로 이러한 상상을 발휘해 최대한 그들의 시점에서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뭉클하게 편지로 쓴 책이 있다. 윤신영의 '사라져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MID)이다.

돼지가 고래에게 쓴다. "오늘도 저는 악취와 소음을 견디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오로지 꿈과 환상에 의지해서 겨우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작고 힘없어 보이는 인간이지만, 동물에게는 전능한 신과 같아요. 저 같은 돼지는 가둬놓은 채 먹이고 키우며 가혹하게 다루고, 당신같이 커다란 동물은 멸종에 이르도록 잡아들이지요.… 그래도 당신이 인류를 미워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보호할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꿀벌이 호랑이에게 말을 건다.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아. 너와 나는 같은 시대를 산, 비슷한 연배의 동물이라는 걸.… 꿀벌은 감히 호랑이와 대적할 수 없는 미물처럼 느끼지만 지금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은 무엇 하나 다른 종보다 미개한 게 없어.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다 각자의 특성이 있을 뿐이지.… 한반도에서 사라졌지만, 호랑이야, 나 네가 너무 그리워."

동물들이 서로에게 편지를 쓰게 한 이유는 지구상 모든 생물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책은 이미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에게 보내는 편지로 끝난다. 결국 인류도 연결된 관계 안에서 공존을 지향해야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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