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타다 이용자도 유권자다

입력 2019.11.30 03:15

10년 전 시작된 승차공유, 서울은 여전히 막혀 있다
이익집단만 챙기는 정부·국회… 소비자 편익 무시하지 마라

김신영 경제부 차장
김신영 경제부 차장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해 승차 공유 서비스 리프트를 불렀더니 휴대폰 알림이 왔다. '자율주행차를 보내도 되겠습니까.' 승차 공유 플랫폼 미 우버는 날아다니는 택시를 개발해 내년쯤 도쿄에서 선보이려 준비 중이다.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거대한 새 시장인 승차 공유 서비스가 '시즌 2'에 접어들었다. 운전자·탑승자를 디지털로 잇는 수준을 넘어 이동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실험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정반대다. 택시 업계 반발에 절절매는 정부와 국회 때문에 승차 공유 서비스가 고사(枯死) 직전이다. 개인차로 운행하는 원래 모델은 꿈도 못 꾼다. 승차 영업은 기존 사업자만 허락하도록 몰아가는 꽉 막힌 규제가 버티고 있어서다. 세계 약 600개 도시가 허용한 우버는 진작 철수했고 IT 공룡 카카오도 손을 들었다. 촘촘한 규제 틈을 비집고 1년 전 간신히 나온 서비스가 11인승 대형 승합차를 활용한 '타다'다.

그런 타다조차 사라질 위기다. 검찰 기소에 이어 국회가 칼을 들었다. 공항에서만 허용한다는 식으로 운행을 대폭 제한한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이르면 연내에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법안(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발의) 취지를 찾아서 읽어보았다. '일부 (승차) 플랫폼 사업이 소비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으나… 기존 택시 운송 사업자들과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임.' 소비자가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택시 업계가 반발하니 어쩔 수 없단 얘기다.

정부와 국회의 대처는 소비자가 얼마나 보잘것없이 여겨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갈등은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대다수는 보완책을 도출해 승차 공유를 허용하도록 가닥을 잡았다. 소비자 편익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미 캘리포니아 롱비치는 우버를 도입하는 대신 기존 택시도 요금을 알아서 정하도록 풀어버렸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는 운행 한 건당 1달러씩 걷어 택시 업계에 지원한다. 우버를 금지했던 핀란드는 택시 면허가 있어야만 우버를 몰 수 있게 한 대신 면허 수(數) 한도를 없앴다. 핀란드 교통 당국은 지난해 법을 바꾸며 설명했다. '신사업을 지원하고 소비자 수요에 잘 부응하고자 한다.'

타다 서비스 개발에 참여한 한서진 본부장은 "승차 거부, 불친절, 불쾌한 냄새 등 기존 택시의 아쉬움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타다가 적어도 깨끗하고 고요한 귀갓길을 맛보게 해줬다는 데 사용자들은 동의한다. 경쟁의 불씨를 붙였다는 점은 또 다른 기여다. 공급자가 치열하게 겨루면 소비자는 즐겁다. 실제로 타다 도입 후 기존 택시 서비스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택시 편에 선 국회의 속셈은 알 만하다. 총선이 다가온다. 불특정 다수인 소비자보단 확실하게 '한 표' 챙길 수 있는 이익 집단의 강한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정치인은 그게 생리라 치고, 정부까지 손 놓고 있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한통속 아니면 무능력이라고밖엔 설명이 안 된다. 정부는 환경 변화로 인해 도태되는 산업이 연착륙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소비자 편익을 대신 희생한다면 그건 시장과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승차 공유에 관한 지난해 OECD의 29쪽짜리 보고서엔 '소비자'란 단어가 50번 나온다. 보고서는 적는다. '새 플레이어 등장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규제를 개혁할 기회다.' 타다 운행 후 택시 수익은 줄지 않았다. 서울시 택시는 7만대, 타다는 1400대다. 한국 소비자는 이 정도 작은 편리조차 누릴 수 없을까. 목적지 골라 받는 택시 때문에 연말 귀갓길이 걱정이다. 그런 밤엔 타다 금지법 발의하고 지지한 의원들이 떠오를 것 같다. 소비자도 유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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