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교 협력 순서, 러시아 뒤로 밀려난 일본...외교백서서 '동반자' 표현도 삭제

입력 2019.11.29 18:45 | 수정 2019.11.29 22:31

강경화(오른쪽) 외교장관이 지난달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오른쪽) 외교장관이 지난달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가 29일 발간한 '2019 외교백서'에서 '일본은 동반자'란 표현을 삭제했다. 작년 '2018 외교백서'에서 '일본은 가치와 이해를 공유하는 소중한 이웃'이란 표현을 뺀 데 이어 다시 한번 한·일 관계를 한단계 더 격하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부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으로 남북 대화,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며 "이에 역내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되는 기념비적 진전이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북한이 '대화 국면'에서도 몰래 핵개발을 계속한 사실이 미 정찰 위성 등에 포착돼 '북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국제적으로 제기된 상황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날 발간한 백서에서 '일본은 동반자' '일본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이란 종전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국가'란 표현을 넣었다. '가까운 이웃'에서 그냥 이웃이 된 셈이다. 백서는 그러면서 "한·일 간 교류협력에도 2018년 10월 이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한·일 양국의 견해차에 따라 양국 관계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했다. 역대 정부는 일본과의 과거사 갈등에도 외교 백서에서 '우방국' '소중한 이웃' 같은 표현을 거의 빼지 않았다.

백서는 일본과 대조적으로 중국과의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限韓令·한류 규제)'을 가한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를 완전히 풀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월 '2019년 국방백서'를 공개하며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심각하게 파괴했다"고 비판도 했다. 백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방중해 양국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측면을 부각했다.

러시아와 겪고 있는 외교·안보 문제도 빠졌다. 러시아는 2018년 7월 군용기 여러 대를 동원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수차례 무단 진입했다. 제주도·이어도 부근 상공까지 비행하는 등 동·서·남해를 휘저었다. 그런데도 백서에는 이런 문제를 반영하지 않고 "(한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고 했다. 일본에 사용하지 않은 '동반자'란 표현을 러시아에는 쓴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외교·안보 협력 우선순위에서 러시아를 일본보다 앞에 두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외교백서는 정부가 다른 나라를 어떻게 인식하고 관계해 나가려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각국이 열람해 자국 외교 정책에 반영한다"면서 "외교 문제의 명암을 균형 있게 백서에 반영하고 오해를 부르지 않도록 표현 하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외교부가 이번 외교백서를 사전 공지 없이 뉴스 주목도가 가장 떨어지는 금요일에 공개한 것도 백서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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