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외눈박이, 두눈박이, 세눈박이

입력 2019.11.28 03:14

시장 원리 벗어난 경제 정책들
틀린 것 아니라 다른 것이라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밀어붙여
경제정책이 '괴물'이 돼가고 있다

이진석 사회정책부 차장
이진석 사회정책부 차장
세 딸을 가진 여자가 있었습니다. 첫째 딸은 이마 가운데 눈이 한 개 있어서 '외눈박이'라고 불렀습니다. 둘째 딸은 다른 사람들처럼 눈이 두 개였는데 '두눈박이'라고 불렀습니다. 막내딸은 눈이 세 개라서 '세눈박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둘째 딸은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생겼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언니, 동생으로부터 미움을 받았습니다. "너는 눈이 두 개라서 아무래도 우리 식구 같지가 않아." 그들은 둘째 딸을 구박했습니다. 허드렛일을 모두 떠맡기고, 밥도 잘 주지 않았습니다.

19세기 독일의 그림 형제가 민담을 수집하고 덧붙여서 만든 동화집에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가 있다. "대한민국이 이 동화처럼 돌아간다"면서 한탄하는 공무원에게 들은 얘기다. "둘째 딸은 사람이고, 첫째와 셋째는 '괴물'인데 지금 정부는 눈의 개수가 다른 것일 뿐이라고 하는 겁니다. 사람과 괴물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흐리고 있는 겁니다." 외눈박이 정책, 세눈박이 정책을 펴면서 그걸 감추려고, 시장 원리에 맞고 기업을 춤추게 할 수 있는 정책들을 흔하고 시시한 두눈박이 정책이라고 몰아간다고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눈이 한 개나 세 개면 괴물이다. 그런데 다른 것일 뿐이지 틀린 것, 정상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고 해도 듣지 않는다. 정답이 있는데 "그것만 정답이겠느냐"면서 경제 정책에 온갖 실험을 한다.

규제도 푼다고 했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준비도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세금 퍼붓는 일이 경제정책의 전부다. 재정 건전성은 어쩌냐고 물어보면 "곳간에 쌓아두면 썩기 마련"인데 뭐가 잘못이냐고 면박을 준다. '문재인 케어' 한다고 건강보험공단에 쌓아둔 20조원 헐어 쓰고, 70조원쯤 들어 있는 주택도시기금도 이리저리 가져다 쓴다. 이 정부가 끝나고 나면 쌀독이 빈 것이 드러날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더니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진다. 최저임금 올린 뒷감당은 세금 3조원으로 메운다. 이렇게 덕지덕지 꿰매면서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괴물을 만들었다.

성장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했다. 이 말에 찬성하지 않을 국민이 없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순서가 있다는 건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눈박이 정책이 됐다. 성장이라는 토끼를 먼저 잡아야 복지라는 토끼도 잡을 수 있다. 복지라는 토끼를 먼저 잡겠다고 들쑤시고 다니면 그마저도 못 잡는다. 잡는다고 해도 오래가지 못해 놓치게 된다. 수출로 먹고산다는 나라에서 수출이 11개월째 하락하고 있는데 역대 최대인 513조원 예산안을 만들고, 돈 나눌 궁리에 날이 샌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한다. 맞는 말인데 이것도 외눈박이다. 누가 만든 일자리인지가 중요하다는 건 말하지 않는다. 성장과 이어지지 않는 일자리는 현금 복지라고 해야지 일자리라고 하면 안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한 나라 안에서도 기업이 떠난 도시와 기업이 찾아오는 도시에서 얼마나 다른 일이 벌어지는지 세상이 다 안다.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들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한다. 오히려 꺾는다. 노인용 단기 알바 자리만 늘어난다. 그래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 대학생들이 "정부는 노인 일자리만 챙기느냐"고 성토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일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는 나라에서 생애주기별 평생 복지를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한다. 포용 국가를 만든다고 대책을 쏟아낸다. 이 정부 경제 정책은 괴물이 됐다. 명나라가 망하는 것을 지켜본 유학자 고염무는 "천하가 망한 데는 필부(匹夫)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나라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것은 외눈박이, 세눈박이 정책 쏟아내는 집권 세력만의 책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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