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뭐 별거 있나요, 그냥 이웃과 나누면 행복해진답니다”

입력 2019.11.27 16:10

20년째 봉사 ‘행복 전도사’ 김용식·박경화씨 부부
주말마다 4인 가족, 봉사활동 현장 누벼
7·9살 두 자녀 벌써 봉사활동 100시간
40대 발달장애인과 거리낌없이 놀이 즐겨
부부 "장애인 향한 편견없는 아이들 대견"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한 장애인거주시설을 최근 찾은 김용식, 박경화씨 가족. 자녀 김정민군과 김서연양이 발달장애인과 플라스틱 컵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김용식씨 제공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한 장애인거주시설을 최근 찾은 김용식, 박경화씨 가족. 자녀 김정민군과 김서연양이 발달장애인과 플라스틱 컵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김용식씨 제공
"○○씨 잘 있었어요?"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한 장애인거주시설을 찾은 김용식(43)씨가 밝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한 남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빠" 하며 반겼다. 40대 박모씨였다. 얼굴 생김새나 덩치는 성인이지만 지능은 유치원생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발달장애인이다. 동료 3명과 함께 방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던 그는 김씨를 보자마자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김씨는 5개월 전 박씨의 후견인이 됐고, 토요일을 맞아 박씨를 찾았다. 이렇게 이들은 매달 두 차례씩 만나 마음을 나눈다. 김씨는 "내가 친근한지 자주 아빠로 부른다"고 웃었다. 피후견인 박씨는 눈이 매우 어둡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 거동이 불편하고, 말도 서툴다. 그런 그에게 김씨는 ‘벗’이자 ‘아버지’로서 ‘1인 2역’을 맡고 있다.

박씨에겐 다른 후견인 세 명이 더 있다. 바로 김씨의 가족들이다. 광주 북구청 사회복지공무원 아내 박경화(40)씨와 초등 3학년 김정민(9)군, 1학년 김서연(7)양이다. 지난 9월부터 이 4명의 가족이 ‘행복 전도사’를 자임하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날도 가족이 총출동했다.

아내 박씨는 절친한 친구를 대하듯 박씨에게 안부를 물었다. 박씨는 수줍게 웃기만 했다. 아이들이 "형, 오빠, 컵 쌓기 기억해요? 오늘도 그 놀이 해요"라고 했다. 지난달 아이들과 피후견인 박씨는 처음으로 플라스틱 컵(10개) 쌓기 놀이를 했다. 박씨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정민군이 큰 결심을 했다. 2만원짜리 컵 쌓기 문구용품을 박씨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정민군은 "평소 아끼던 물건이지만 아저씨가 즐거워하니 선물로 드렸다"며 "내 마음도 덩달아 신이 났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인 박씨가 선반에 보관해 둔 컵 쌓기 용품을 꺼내자 김씨와 아내도 가세했다. 다섯이서 한창 컵 쌓기 놀이를 즐겼다. 서연양은 "아저씨가 마치 반 친구 같다"며 "장애인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라는 걸 놀이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컵 쌓기와 낚시 놀이를 끝내고 바깥에서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이렇게 2시간 동안 발달장애인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아내 박씨는 "아이들이 거부감이 들기도 할 텐데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매번 아이들을 보고 놀란다. 사회복지공무원이지만 내 아이들에게 오히려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시설 관계자와 면담도 했다. "혹시 이분들 치킨을 좋아하나요?" "그럼요 치킨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한창 대화 도중 꺼낸 질문에 시설 관계자가 반색을 했다. 그러자 아내 박씨는 "다음 방문 때는 맛있는 치킨을 꼭 들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내달에는 지인 두 가족을 초청해 시설 발달장애인 4명과 함께 볼링을 치겠다"고 말했다.

15년째 한국도로공사에 몸담고 있는 김용식씨가 봉사활동에 뛰어든 지는 20년이 넘었다. 대학 시절 복지관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아내를 만났다. 봉사활동으로 맺어진 부부는 ‘나눔은 행복’이라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다섯살이 되면서부터 봉사활동 현장에 함께 달려갔다. 그래서 정민군과 서연양의 봉사활동 시간은 각각 100시간이 넘는다. 곧 ‘자원봉사자증’을 받는다고 한다. 김씨는 "우리는 나눠야만 행복해지는 가족"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박경화씨 가족. 9살 김정민군, 7살 김서연양의 봉사활동 시간은 각각 100시간이 넘는다./ 김용식씨 제공
김용식, 박경화씨 가족. 9살 김정민군, 7살 김서연양의 봉사활동 시간은 각각 100시간이 넘는다./ 김용식씨 제공
‘행복 전도사’ 김씨의 봉사활동 ‘이력’은 화려하다. 매주·매달 나가는 봉사활동 기관은 6~7개에 달한다. 헌혈 107회로 명예의 전당에 등록됐으며, 상금 100만원은 희귀난치병 어린이 치료에 기부했다. 대한적십자사 ‘청춘 3040 봉사회’ 회장을 맡아 매월 희망풍차 봉사를 8년째 진행 중이다. 또 ‘나눔을 바꾸는 시간 15분(나바시)’이라는 나눔 프로그램을 기획해 나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여러 사회복지시설에서 사회자(MC)로 145번이나 나섰다. 이렇게 10년 동안 재능 기부로 얻은 수입의 10%는 어려운 이웃과 나눴다. 또 국군함평병원 환우 장병에게 장서 1000여권을 기증했다. 2016년에는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인적나눔 부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광주 서구 자활센터와 유치원, 초중고에서 나눔특강을 110회 진행하고 있다.

가족들도 김씨의 ‘봉사 유전자(DNA)’를 고스란히 전달 받았다. 아내 박경화씨는 2014년 광주 광산구청의 ‘숨은 천사상’을 받았다. 박씨는 아이들의 돌잔치 축의금을 아이 이름으로 기부했다. 2016년에는 사랑의 저금통을 아이들 이름으로 취약계층에 전달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공 후견인 활동을 매달 이어가고, 광주시각장애인연합회 사진 동아리 상상클럽 봉사활동을 5년째 진행 중이다. 또 가족 이름으로 6년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 대한적십자사 등에 소외된 이웃을 도와달라며 정기후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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