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한·일 화해 염원한 日本 승려의 추모탑

조선일보
  • 노치환 이수현의인문화재단설립위 사무총장
입력 2019.11.27 03:11

노치환 이수현의인문화재단설립위 사무총장
노치환 이수현의인문화재단설립위 사무총장

지난 17일 경주 남산 자비사에서 일본 가키누마 센신(枾沼洗心·1932~2009) 스님을 추모하는 사리탑 제막식이 있었다. 사리탑은 토함산을 정동으로 바라보는 자리에 월정사 9층 석탑을 닮은 모양으로 들어섰다. 제막식에는 박삼중 스님과 현도 스님을 비롯해 200여 신도가 참가했다. 가키누마 센신 스님은 일·한불교복지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양국 간 우호 증진에 헌신했지만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조차 그의 이름은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 스님은 임진왜란과 일제 식민 지배 등 양국의 불행한 역사에 따른 갈등 청산과 해원을 통한 평화를 염원했다.

한·일 가교 역할을 한 스님은 2005년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보관된 북관대첩비를 한국으로 반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당시 함경도 의병의 전승을 기념한 전공비다. 또 임진왜란 당시 희생된 조선인의 귀 무덤과 코 무덤을 한국으로 이장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스님은 자서전에서 "참회를 통한 한·일 간 진정한 상호 이해와 친선을 통해 과거의 어둠을 걷어내고 양국이 이 극동의 땅을 세계 평화의 발신지로 만들게 하고 싶다"는 염원을 밝혔다. 스님은 한국의 화랑도 정신과 일본의 화(和) 정신을 부활시키면 양국 간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한·일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양국 모두 극단적 감정 대립과 함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양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내가 변하면 상대도 변한다. 정치·외교적 해법에 앞서 가키누마 센신 스님 같은 양국의 선량한 국민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화해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