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LL 코앞 北 해안포 도발, 軍은 몰랐나 숨겼나

조선일보
입력 2019.11.27 03:18

북한의 지난 23일 서해 NLL 인근 해안포 도발과 관련해 합참이 "당시 미상의 음원을 포착해 분석 중이었는데 25일 북 매체 보도를 보고 해안포 사격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음향 감지 장비로 발사음을 확인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파악 못 해 이틀간 발표를 못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군 설명대로라면 적(敵)이 코앞에서 대포를 쐈는데 우리는 도발을 했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가 적이 말해줘서 알게 됐다는 것이다. 23일은 연평도 도발 9주기였고 북이 포를 쏜 창린도는 NLL에서 북쪽으로 불과 18km 떨어진 곳이다. 당시 김정은은 창린도 부대를 방문하고 있었다. 북의 군사적 움직임에 평소보다 훨씬 촉각을 곤두세웠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는커녕 사후에까지 뭔지 몰라 우왕좌왕했다면 안보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이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대비해야 할 군이 '설마'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군이 북 도발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했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첨단 장비로 이틀 동안 분석하고도 몰랐다는 설명이 석연치 않다. 만약 숨기려 했다면 그 이유는 뻔하다. 대통령은 두 달 전 "북이 군사합의를 한 번도 위반 안 했다"고 감쌌고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평화 쇼'를 하기 위해 김정은 초청에 모든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 김정은이 초청장은 걷어차고 정상회의 개막 직전에 직접 군사합의를 파기해버리니 이를 어떻게든 감추려 한 것 아닌가. 북이 보도하지 않았으면 어물쩍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주민 2명 북송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돼 알려졌고 대통령의 김정은 초청 친서도 북이 공개하기 전까지 국민은 모르고 있었다. 이런 군과 정부가 또 한 번 국민을 속이려 했다고 해도 크게 놀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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