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을 뺀 민주당 등 4당이 개정을 추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附議)된다.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범여권 4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거법은 다음 달 3일 국회에 자동 부의되는 공수처법과 함께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 강행 처리 움직임에 맞서 일주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현재 황 대표의 건강이 크게 악화돼 사람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심각한 상황이다.

범여권 정당들이 합의한 선거법대로라면 지역구 숫자가 현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어들게 된다. 여권의 텃밭인 호남 지역구도 대폭 줄어들게 돼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자 지역구 수를 거의 그대로 두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만 도입하는 방향으로 다시 선거법에 손을 댈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호남 지역구는 거의 줄지 않게 되고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군소 정당들에 대부분 나눠주는 결과가 된다. 국가의 기본 틀인 선거제도를 아무 연관 없는 공수처법과 거래하더니 이제는 의원직을 나눠 먹기 위해 이리저리 끼워 맞추려 한다.

범여권 4당은 당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하면서 '사표(死票)를 줄일 수 있는 개혁안'이라고 선전했었다. 하지만 군소 정당들과 호남 지역 의원들 이해를 절충하다 보니 양복 상의에 한복 바지를 입은 우스운 꼴이 나온다. 여기저기 떼었다 붙였다 하느라 제도는 누더기가 되고 더욱 복잡해진다. 국민은 자신의 표가 어떤 결과가 될지 짐작도 못 한 채 투표를 해야 한다. 선거제도가 군소 정당에 유리하다는 점을 노려 벌써 '떴다방' 수준의 군소 정당 창당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선거법 협상은 선거라는 경기의 규칙을 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제1야당을 배제하고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 정당들의 야합(野合)과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4당 합의안은 한국당에만 불리한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제도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당 대표가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막아설 수밖에 없게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 제1야당의 동의 없이 통과시킨 선거제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이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태를 부를 것이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한국당을 제외한 채로 게임의 규칙을 밀어붙이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한국 정치는 선거제도만큼은 합의 처리해왔다. 선거제도 강제 변경은 두고두고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