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비행대회→ 낙하산 침투훈련→ 해안포 사격… 무력시위 강도 점점 높여가는 김정은

조선일보
입력 2019.11.26 03:01

'연말 시한' 앞두고 韓美 압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령도 코앞의 해안포 부대를 찾아 '9·19 남북 군사합의 정면 위반'에 해당하는 포 사격을 지시하고 이를 대내외 관영 매체들을 통해 공개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제재 장기화로 인한 내부 불만 해소를 위해 만만한 한국에 갑질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이 한창인 상황에서 한국을 인질로 삼아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이번 해안포 부대 시찰은 사실상의 폭격 훈련이었던 전투비행술 대회 참관(16일 보도), 후방 교란용 AN-2기를 이용한 낙하산 침투 훈련 지도(18일 〃)에 이어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 군사 행보였다. 폭격→후방 침투→국지 도발을 각각 시사한 이 무력시위들은 모두 한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군 관계자는 "가능성이 작은 것, 비교적 큰 것, 이미 감행해 언제든 가능한 것의 순서로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렸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번엔 (미사일 등 각종 도발에도 북을 감싸온) 우리 국방부도 어쩌지 못할 만큼 선을 넘었다"며 "앞으로 '북한 식대로' 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을 들였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도 지난 21일 공개적으로 걷어찼다.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기 전에는 관계 진전을 기대하지 말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은 남북 관계는 미·북 관계가 풀리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남북 관계에선 자신들이 갑(甲)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북한의 도발은 겉으론 한국을 겨냥하지만, 궁극적으론 대미 압박 메시지"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비핵화와 제재 문제에서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도발의 강도를 높여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겠다는 경고란 것이다. 차 연구위원은 "(잇단 대남 무력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초조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북한 관영 매체들의 김정은 동향 보도가 하루 이틀의 시차를 두고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김정은의 서해 접경 지역 시찰은 23일 또는 24일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23일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9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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