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제조 스타트업 로욜(Royole)은 지난 2016년 회사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중국 선전(深圳)으로 옮겼다. 로욜은 스탠퍼드 공대 박사 출신인 류쯔훙(劉自鴻)과 중국인 동문 2명이 미국에서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이들이 미국 현지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렸거나, 타향살이가 어려웠던 건 아니다. 오히려 로욜은 2012년 창업한 뒤 1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0.01㎜)의 플렉시블(유연한) 디스플레이와 센서를 개발해내며 단숨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이런 업체가 중국행을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 대대적인 혜택을 보장하는 중국 정부의 고급 인재 유치 사업 '천인계획(千人計劃)'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부터 10년 내 해외 고급 인력 2000명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 천인계획을 세웠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천하의 인재를 모두 데려오라"고 주문하며 해당 계획은 '만인계획(萬人計劃)'으로 확장됐다. 2022년까지 1만명 수준의 전문가를 자연과학, 공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배치한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신청자가 매년 넘쳐나면서 내년 안에 1만명 목표를 조기 달성할 전망이다. 류쯔훙처럼 천인계획으로 중국으로 '유턴'한 고급 두뇌는 지금까지 약 8000명에 달한다.

중국의 '두뇌 사냥'이 성공한 이유는 확실한 혜택과 보장 때문이다. 귀국을 선택한 인재들에게는 기본 연봉에 최대 100만위안(약 1억6600만원)의 생활 보조금을 지급하고, 최대 500만위안(약 8억원)의 연구 보조 비용을 별도로 제공한다. 주택·의료보험·자녀 교육·세금 혜택도 있다. 이들은 또 중국 주요 대학과 연구소, 기업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창업을 선택하면 성과에 따라 최대 450만위안(약 7억5000만원)의 포상금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