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간 해외에서 우수한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터·포닥)을 유치하는 일을 대학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습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NTU)의 수브라 수레시〈사진〉 총장은 지난 8월 대학 교직원 2000여명이 모인 비상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인구 감소로 대학 입학생이 해마다 줄고 있고 중국이 전 세계 우수 과학 인력을 휩쓸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최우선 과제는 우수 연구자의 확보"라며 "가장 먼저 우수 포닥 연구원을 350명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난양공대는 1991년 설립된 젊은 대학이지만 이미 아시아의 최고 대학으로 성장했다. 영국 대학 평가기관인 QS의 '2020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싱가포르국립대(NUS)와 함께 공동 11위(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네이처지는 지난달 개교 50년 이하 이공계 대학 중 난양공대가 논문 성과에서 중국과학원대에 이어 세계 2위였다고 발표했다. 과학원대가 6개 도시에 있는 연합 대학인 점을 고려하면 단일 대학으로는 세계 1위인 셈이다. 지난해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선정한 인공지능(AI) 분야 상위 연구자 10명 중 3명이 이 학교 교수였다.

수레시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난양공대가 단기간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각지에서 온 우수한 젊은 과학자들 덕분"이라며 "특히 지난해부터 새로운 포닥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 1년 만에 우수 논문이 급증하는 획기적인 도약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이 2년간 포닥 연구원에게 월급 외에 매년 10만싱가포르달러(86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특히 교수가 포닥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포닥이 지도 교수를 선택한다. 수레시 총장은 "우수 포닥을 유치하기 위해 교수 간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해외 석학들이 포닥 선발이나 연구비 심사를 맡아 연구 능력을 공정하게 따지는 '동료 평가'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난양공대는 향후 5년간 포닥 350명과 함께 교수 300명도 추가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수레시 총장은 "뛰어난 기초과학이 없으면 혁신이 불가능하다"며 "젊은 연구자들이 학문 간 장벽은 물론, 대학과 기업의 경계를 넘어 세상에 없던 획기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