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서 5일째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4일 "고통마저도 소중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추위도 허기짐도 (국민) 여러분께서 모두 덮어주신다. 두렵지 않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이같이 썼다.
하지만 황 대표의 건강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어지러움과 메스꺼움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비가 오는 가운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잠시 참석했다.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양손을 들어 인사하기도 했다. 국민의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을 기리는 묵념 시간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약간 비틀거리는 모습이었다. 황 대표는 의총 도중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많은 성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다시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사랑채 앞 천막으로 돌아갔다. 당 관계자는 "잠시 일어나 있는 것만으로도 어지럼증이 심해져 의총을 지켜볼 수 없었다"고 했다. 황 대표의 건강을 우려한 그의 아내도 이날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수차례 천막 부근으로 왔다. 하지만 황 대표를 만나지는 않았다.
황 대표는 이날 대부분 시간을 사랑채 앞 천막 안에서 누운 채로 보냈다. 단식 초기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 가부좌 자세로 앉아 지지자들에게 일일이 눈인사를 보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전날 오후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접견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당직자들은 "야외 노숙 단식은 추위로 인한 체력 소모가 많아 실내 단식보다 3~4배 더 힘들다"며 장소를 국회로 옮기자고 건의했지만 청와대 앞을 지키겠다는 황 대표의 뜻이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영양제를 맞는 걸로 오해할 수 있다'며 혈당 검사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황 대표의 측근은 "25일 기온이 급하락하면서 앞으로 3~4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가 고강도 투쟁을 이어가면서 '리더십 비판'이 사그라들고 당내 구심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3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황 대표를 두 차례 찾았다. 황 대표는 "이런 식으로 단식하면 오래는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지도부 리더십을 비판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황 대표를 찾아 "당이 잘되라고 한 말"이라며 "너무 괘념치 말아 달라"고 했다. 황 대표는 "저는 괜찮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9일 "사단장님 한 걸음 한 걸음에 수천 병력의 생사가 왔다 갔다! 일선에서 죽어라 뛰는 야전군 소대장은 야속할 뿐"이라고 했었다. 24일엔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도 단식 현장을 찾았다. 당 관계자는 "대표가 사생결단에 나서자 자연스레 잡음은 줄어들고 '대여 투쟁' 기조로 당이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에선 주말 동안 아무도 황 대표를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사전 조율 없이 황 대표를 찾았다. 이 총리는 "어려운 고행을 하는 충정을 잘 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당의 입장을 잘 전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