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한국당과 안철수의 거리

입력 2019.11.25 03:13

최승현 정치부 차장
최승현 정치부 차장
자유한국당이 최근 보수통합을 하겠다면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서도 손을 잡자고 하고 있다. 당내 보수통합추진단장을 맡은 원유철 의원은 "안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지구 끝까지 갈 것"이라고 했고, 장제원 의원은 "안철수까지 함께하는 것이 보수 통합의 핵심"이라고 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이런 요청에 쉽게 귀를 기울일 것 같지는 않다. 이념적 지향이 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 전 대표는 상황에 따라 뒤로 물러설 줄 알았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 지지율을 기록하면서도 불출마를 선언하고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던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이어가다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철수(撤收)' 정치라는 조롱도 받았다. 여론의 상당한 지원을 업고도 결정적 순간마다 정치적 돌파력 부족으로 주춤거리다 물러섰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자신의 앞날을 생각한 정치적 승부수였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통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새정치'와 '미래(未來)'를 내세우며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비교적 뚜렷하게 설정한 측면도 있다. 이 점이 유권자들에게 절실하게 다가가진 못했지만 일각에서 그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와 비교해 한국당 의원들 대부분은 움켜쥔 콩만 한 떡도 놓지 않으려는 정치를 하고 있다. 영남과 서울 강남 3구의 3선 이상 중진들에 대한 '용퇴론'이 제기된 지 한 달이 돼가지만 당사자들은 이리저리 피해 다니기만 한다.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5일째 단식을 하며 "자유민주세력의 대승적 승리를 위해 각자의 소아(小我)를 버릴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소장파 3선으로 꼽히는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며 당의 쇄신을 촉구했지만 중진들은 "함께 먹던 우물에 침을 뱉었다"며 도리어 그를 비난한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의 폭정(暴政)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국정 운영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헌법적 가치와 시장경제 원칙 수호'라는 구호만으로는 AI(인공지능)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 대표의 복귀 시점이 언제가 될지, 선택이 보수 통합으로 향할지 아직 알 수는 없다. 그와 가까운 의원들은 "'문재인 정권을 이대로 두고볼 수 없다'는 절박감만큼은 한국당 이상"이라고는 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한국당을 보면서 안철수가 '반문(反文)'만을 기치로 합류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제1 야당이 앞장서 누군가는 물러나고 누군가는 실체적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뭉치고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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