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이 캄캄한 온 세상 어둠이/ 나를 뒤덮는 이 밤/ 나는 어떤 신에게든 감사하노라/ 내게 굴하지 않는 영혼을 주셨음을.’ 19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가 26세에 지은 ‘굴하지 않는다(Invictus)’의 첫 연입니다.
시인은 결핵으로 16세에 다리 하나를 잃습니다. 오랜 세월 그는 온갖 병마와 싸우면서도 꺾이지 않고 창작합니다. 그의 투지는 이 메시지가 밑바탕일 것 같습니다. '시련과 모험의 차이는 태도다(Attitude is the difference between an ordeal and an adventure).' 운명의 횡포를 시련 아닌 모험으로 받아들였기에 시인은 '굴하지 않는다'고 노래했을 테니까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인 것을.' 이 끝 문장으로 마지막 연을 갈무리한 그의 불굴의 의지는 실화 '드리머(Dreamer·사진)'의 주제로도 빛을 발합니다.
1990년대 초 미국. 암말 경주마 소냐가 경주 중 발이 부러집니다. 상금에 눈먼 마주의 강압에 떠밀려 무리하게 출전했던 건데 소냐는 이제 걸을 수조차 없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마주는 조마사 벤에게 안락사를 명령합니다. 벤은 소냐를 극진히 사랑하는 딸 케일을 위해 명령을 거스릅니다.
"넌 꼭 다시 뛸 수 있어. 네가 승리하는 자리에서 네 등에 꽃 담요를 올려줄게." 불굴의 정신과 용기를 북돋울 때 케일이 소냐에게 속삭이는 말입니다. 이에 반응하는 소냐의 눈빛과 딸의 집념에 감동한 벤은 전 재산을 털어 소냐를 가족으로 맞이합니다. 과연 소냐는 재활에 성공할까요.
‘위기는 기회를 만든다(Breakdowns create breakthroughs).’ 나락으로 떨어져도 좌절하지 않으면 반드시 새 기회가 온다는 뜻이지요. 기적이 일어납니다. 케일과 소냐가 유명 대회의 출전권을 따냅니다. 경기 결과는? 케일이 소냐에게 달려갑니다. 꽃 담요를 들고서. 담요에 이 글을 수놓아주고 싶습니다. ‘가장 진귀하고 아름다운 꽃은 역경을 이겨내고 피는 꽃이다(The flower that blooms in adversity is the most rare and beautiful of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