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좌우 논쟁거리 지소미아… 종료 6시간 앞두고 기사회생

입력 2019.11.22 18:27 | 수정 2019.11.22 20:27

한국과 일본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유예에 합의했다. 일단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고 양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협의하는 '동결(freeze)'에 합의한 셈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서 23일 0시를 기해 종료 수순을 밟던 지소미아는 계속 유지된다.

김유근(가운데)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관련 브리핑을 한 후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왼쪽은 고민정 대변인./뉴시스
김유근(가운데)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관련 브리핑을 한 후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왼쪽은 고민정 대변인./뉴시스
지소미아는 양국 간 군사 정보 등 비밀을 교환하고 상호 보호를 약속하는 협정으로 안보 협력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틀로 거론된다. 한·일 간 지소미아 체결 필요성이 처음 대두된 것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이다. 당시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지소미아 체결을 제안했으나 일본 정부가 관심을 보이지 않아 무산됐다.

이후 20년 넘게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던 지소미아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계기가 됐다. 이번엔 일본이 적극적이었다. 한국이 인적 자원을 통해 확보한 휴민트(HUMINT)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 해 6월 국무회의에 지소미아를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소미아 밀실(密室) 추진' 논란이 일었다. 결국 한·일 지소미아는 협정 서명식을 50분 앞두고 없던 일이 됐다. 이 일로 당시 외교부 동북아 국장이었던 조세영 국장(현 외교부 제1차관)이 옷을 벗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4년 한·미·일 3국은 미국 주도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체결했다. 티사를 운영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정보 공유의 효과를 체감했다. 2016년 북한이 4차·5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를 다시 추진했다. 2016년 11월 초 도쿄에서 과장급 실무협의를 두차례 한 뒤, 같은 달 22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하루만에 서명까지 마쳤다.

한·일 지소미아 추진 과정 /그래픽=정다운
한·일 지소미아 추진 과정 /그래픽=정다운
당시 한·일 양국이 지소미아를 빠르게 추진한 배경에는 미국의 역할이 있다. 미국은 2016년 4월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연내 지소미아 체결을 요청했다.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결정된 직후에는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미사일 방어를 위한 다국간 정보 공조 체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후 지소미아를 둘러싸고 한국 정치권 내 공방이 치열했다. 보수 진영에선 안보를 위해선 필수적인 협정이라고 했지만 진보 진영에서는 굳이 일본과 군사 정보를 교환하는 협정을 체결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공약집에서 한·일 지소미아와 관련해 "효용성을 검토한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소미아는 2017년 11월, 2018년 11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연장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의 효용성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렸고,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외교적 압박을 해왔을 때만 해도 문재인 정부 내에선 지소미아 파기를 옵션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월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하고, 8월엔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일본에 대한 강경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지소미아 폐기가 거론됐다.

특히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의 원인으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안보적 이유’를 든 게 불씨를 키웠다. 정부 안팎에선 ‘한국에 대해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국가와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 여부 최종 통고일(연장 시점으로부터 3개월 전)인 8월 22일 한·일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미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으로 놓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소미아 종료가 이런 협력구도를 흔든다고 봤다. 미국 정부의 한국을 향한 외교적 압박도 거세졌다.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주한미국대사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종료 결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이 같은 요구에 한국 정부는 "수출규제 조치 철회 등 일본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목전에 두고 기류가 달라졌다. 미국에선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가 어렵다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예하는 '일시 동결' 방안을 양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양국은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예하고 한·일 수출 관리 정책 대화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6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언제든지 지소미아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면서 "일본 정부도 이에 대한 이해를 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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